이보다 독할 순 없다…박연진·원상아 최악의 ‘독종’ 넘버1 [창간기획①]

입력 2023-03-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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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진역 임지연·손민수역 윤지원·이안나역 수지·이나연역 이유미·여다경역 한소희·원상아역 엄지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악녀 캐릭터’ 오디션해 보니
악녀들이 뜨고 있다.

‘송혜교의 복수극’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파트2 공개 후 2주 연속으로 넷플릭스 TV 부문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속 악랄한 캐릭터들까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세상에 이보다 더 악독할 수 없다는 듯 박연진 역을 제대로 소화한 임지연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차트(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주연한 송혜교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더 글로리’에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악녀가 대거 등장한 것처럼 표독한 모습만 강조하던 과거 캐릭터와 달리 최근 드라마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눈길을 끈다. 단순히 비난할 수 없는 악녀부터 사이코패스보다 더 무서운 희대의 악녀까지 최근 드라마에서 돋보였던 색다른 악녀를 되돌아봤다. 극중 선보였던 명대사는 ‘덤’이다.


●‘더 글로리’ 박연진(임지연)

독종 지수: ★★★★★

동정 지수: ☆

특기: 집단 따돌림, 폭행, 외도

최후: 비참한 교도소 수감생활


10대부터 유구한 악행의 역사를 차곡차곡 쌓았다. 고등학교 시절 동급생을 고데기로 지지는 끔찍한 폭력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다.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자신보다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그 상대가 어른이라고 해도 무시하고 폭력을 일삼는다. 사고 치면 돈으로 해결하고, 검은 세력과 결탁하기도 한다. 세상에 무서운 게 없다는 이야기다. 직장 내 괴롭힘도 당당하다. 외도? 그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10대 때 저지른 악행을 숨기기 위해 오랜 친구들도 가볍게 버린다. 뼛속까지 ‘나쁜X’이라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치즈인더트랩’ 손민수(윤지원)

독종지수: ★

동정지수: ★★

특기: 따라하기, 우기기

최후: 도피 휴학


협박, 사기, 심지어 살인까지 각종 범죄를 일삼는 다른 악녀들과 감히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정말 현실에, 바로 내 곁에 있을 법한 인물이기에 더욱 섬뜩하다. 홍설(김고은)의 모든 것을 따라하는 손민수는 최고의 ‘발암’ 캐릭터로 꼽힌다. 야무진 홍설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손민수의 ‘홍설 흉내내기’는 점점 정도를 넘어서며 뒷목을 잡게 한다. 옷과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는 건 물론 홍설의 리포트까지 그대로 가져다 쓰며 주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강력한 존재감으로 ‘손민수’라는 이름 자체를 하나의 신조어로 만들었다. 동경하는 스타의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하는 사람에게 ‘손민수하다’라는 표현이 따라 붙는다.


●‘안나’ 이유미·이안나(수지)

독종지수: ★★★★

동정지수: ★★★★

특기: 거짓말, 학력 위조, 신분 도용

최후: 캐나다로 도피


이유미는 쉽게 미워할 수 없는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악녀다. 대학에 합격한 적도 없으면서 부모를 속여 등록금을 받아 유학을 가려한다. 자신을 철썩 같이 믿는 선배를 속여 대학생 행세도 했다. 급기야 학력, 집안, 이름까지 위조해 다른 삶을 산다. 가짜의 삶으로 얻은 부와 명성으로 결혼한 이유미는 점점 악녀가 된다. 고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자신이 가진 초라한 면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국을 떠나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이나연(이유미)

독종지수: ★★★★

동정지수: ★★☆

특기: 음해, 차별, 남 탓

최후: 좀비에게 목을 물리고 사망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공주병 말기 고교생. 동급생 경수를 ‘기초생활수급자’의 줄임말인 “기생수 새끼”라 부르고, 가난한 집안의 친구들에게 툭하면 “너 따위가”라고 윽박지르는 게 일상이다. 기고만장하고 이기적인 본성은 학교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재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좀비 떼가 몰려올 때마다 “어떻게 좀 해봐!”라며 친구들을 방패막이 삼기 바쁘다. 자신이 위기에 몰리자 급기야 매사에 솔선수범하던 경수를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안하무인의 최고봉.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까지 뒷목 잡게 만든 역대급 민폐 캐릭터이지만, 마지막엔 반성하고 친구들을 찾아 나서다 최후를 맞으니 동정의 여지는 있다.


●‘부부의 세계’ 여다경(한소희)

독종지수: ★★

동정지수: ★★★

특기: 미모 발산, 유혹, 사랑에 눈멀기

최후: 남의 남편 뺏었다가 결국 이혼


이렇게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악녀가 또 있을까. 등장만으로 주변과 시청자를 숨죽이게 만든 미모의 소유자다. 심지어 지역 유지의 외동딸로 사랑까지 듬뿍 받고 자랐다. 모든 게 완벽한 그는 하필이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희대의 망언을 남긴 유부남 이태오(박해준)에게 빠져 ‘상간녀’가 됐다. 자신의 사랑이 불륜이 아닌 운명이라 착각한 나머지 이태오의 아내 지선우(김희애)를 찾아가 임신 사실을 밝히기까지 한다. 그렇게 한 가정을 파탄내고 손에 넣은 이태오와 백년해로할 거라 믿었으니 어쩌면 순진했을지도. 결국 이태오가 다시 지선우를 만났다는 사실을 안 후 뼈저리게 깨닫는다. “망상에 빠진 건 그 여자가 아니라, 나였어.”


●‘작은 아씨들’ 원상아(엄지원)

독종지수: ★★★★★

동정지수: ★☆

특기: 연기, 독살, 사체유기

최후: 염산 우물에 빠져 증발


처음엔 국회의원 남편(엄기준) 옆에서 해맑게 사치할 줄이나 아는 부잣집 사모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치밀한 연기였다는 것이 반전. 사실은 주인공 오인주(김고은)를 700억 비자금 사건에 연루시키고, 그의 자매들을 위험에 몰아넣은 ‘악의 축’이었다. 심지어 오인주의 인생을 망가뜨리려 작정한 이유가 “가난한 주제에 희망차 보이는 게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라니. 자신의 거대한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 살인 정도는 우습게 여길 만큼 악독하다. 자신의 실수로 어머니가 사망한 트라우마가 있지만, 악행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스스로 준비한 염산 웅덩이에서 온 몸이 타들어가면서 마침내 죗값을 받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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