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기획·준비+임영희 코치 승인’으로 탄생한 우리은행 특별 우승 세리머니

입력 2023-03-26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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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아산 우리은행 선수들은 23일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BNK 썸과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뒤 새로운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전까지 우리은행의 우승 세리머니는 고정돼 있었다.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한 뒤 코트에 떨어뜨리고, 이후 선수들이 발로 밟는 일종의 ‘복수극’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선수들은 위 감독을 헹가래한 뒤 정상적으로 받아냈다. 그 뒤 선수 1명이 위 감독에게 우산을 전달했다. 위 감독은 선수들의 요청대로 우산을 폈다. 하지만 구멍 난 우산이었다.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물총과 뿅망치를 위 감독을 향해 발사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위 감독은 선수들의 특별 세리머니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5년 만에 어렵사리 우승을 차지해 이런 특별 세리머니까지 맛 볼 수 있었으니 위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난 뒤 그 뒷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위 감독은 사실 선수들이 이번에도 자신을 발로 밟는 세리머니를 할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산을 주기에 ‘이건 뭘까’라고만 생각하며 폈다. 그런데 정상적인 우산이 아니었고, 쉴 새 없이 발사되는 물총을 고스란히 맞았다. 위 감독은 “솔직히 당황했다. 우산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며 웃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물총에 담아 발사한 것은 순수한 물이 아니었다. 음료수에 비타민 등 다양한 액체가 섞였다. 위 감독은 “시간이 지났는데 너무 끈적여서 물어봤더니 그냥 물이 아니었다고 하더라. 숙소로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뒤풀이를 하러 다시 나가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선수들이 이런 특별 이벤트를 펼치는 데는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했다. 선수들은 아이디어를 모아 세리머니를 준비했고, 임영희 코치에게 사전에 승인을 받았다. 임 코치의 허락과 함께 급하게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입했고, 특급 배송으로 물총과 뿅망치 등을 부산 숙소로 공수했다. 이런 ‘비밀작전’을 통해 우리은행 선수들은 공들여 준비한 특별 세리머니는 무사히 마쳤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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