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꽃따라 봄을 거닐다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3-03-3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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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전통마을은 야트막한 토담으로 이어진 골목길을 거니는 즐거움이 매력이다. 봄을 맞아 마을 곳곳에서 만나는 매화 등 봄꽃도 정취를 더해준다. 영암|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영암이 건네는 ‘봄축제 초대장’

‘왕인문화축제’ 4년 만에 오프라인 개최
구림마을 등 발길 닿는 곳곳이 포토존
백룡산 자락에 있는 덕진차밭 SNS 명소
이안 미술관·하정웅 미술관도 필수코스
마스크 없이 맞는 봄, ‘엔데믹 봄’에 꽃소식 못지않게 반가운 ‘손님’들이 있다. 거의 4년 가까이 접하지 못했던 ‘온전한’ 형태의 봄축제다. 한동안 아예 열지 못하거나 아니면 비대면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했던 여러 봄축제들이 올해는 모처럼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월출산의 고장, 영암에도 봄을 맞아 지역 대표축제인 ‘왕인문화축제’가 꽃소식과 함께 돌아왔다.


●토담길 걷는 즐거움, 호남 3대 명촌

왕인박사는 영암을 상징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서기 405년 일본 천황의 초청으로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들고 상대포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 태자의 스승으로 백제문화를 전파했다고 전해진다.

‘2023 영암왕인문화축제’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군서면 왕인박사유적지와 상대포 역사공원, 구림마을 등에서 열린다. 4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축제다. 올해는 ‘K-컬처의 시작, 왕인의 빛’이라는 주제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축제 대표 행사인 퍼레이드는 올해 왕인이 현대로 와서 영암의 미래를 선언한다는 ‘K-레전드, 왕인의 귀환’이라는 테마로 업그레이드했다.

그 외 왕인박사유적지와 구림마을에 각종 포토존을 조성하고, 구림마을 달빛야행, 플로깅 역사투어 ‘왕인산보’, 기(氣)찬영암 관광투어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축제의 주요 장소인 구림전통마을은 무려 2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장이다. 전남 나주 금안동, 전북 정읍 무성리와 함께 호남 3대 명촌으로 불린다. 월출산 서북쪽에 위치한 동구림, 서구림, 도갑, 동계, 서호정 등 12개 마을을 통칭해 구림마을이라 부른다.

동네 어디서나 월출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구림마을은 오붓한 크기의 구림천 좌우로 꽤 넓은 지역에 자리했다. 대표적인 명소는 400년 넘는 역사의 창녕 조씨 종택, 과거 급제 인재를 대거 배출한 명문 죽정서원, 구림대동계의 상징 회사정, 신라 고승 도선국사의 탄생설화가 담긴 국사암 등이다.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갔던 포구 상대포도 마을 초입에 이제는 작은 저수지 형태로 있다. 왠지 정겨운 느낌을 주는 토담들이 이어지는 오밀조밀한 동네 골목길은 봄날 여유로운 뚜벅이 여행을 하기 딱 좋다. 골목 어귀 곳곳에 매화나 벚꽃 등 봄꽃들도 자리해 거니는 재미를 더해준다.

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는 축제의 또 다른 주요 장소인 왕인박사유적지가 있다. 어지간한 공원보다 훨씬 넓은 부지에 거대한 기념비부터 사당, 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다. 고대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마한문화공원도 가볼 만하다. 영암군 시종면에 있는데 고대 마한문화를 소개하는 테마 공원이다.

‘영암왕인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테마 퍼레이드 ‘왕인박사 일본 가오!’의 예전 모습. 코로나로 인해 4년 만에 진행하는 올해는 축제 테마를 왕인이 현대로 귀환하여 영암의 미래를 선언한다는 주제로 업그레이드했다. 사진제공|영암군청



●푸른 다원 너머 그림같은 산세

남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푸른 하늘 아래 넓게 펼쳐진 차밭의 풍광이다. 영암에서는 덕진차밭(영암다원)이 유명하다. 백룡산 자락에 있는 차밭의 정식 이름은 ‘한국제다 영암 제2다원’. 장성 1다원, 영암 2다원, 해남 3다원 중 하나다. 덕진면에 있어 덕진차밭이라고도 부른다. 양지바른 비탈진 언덕에 자리한 차밭 위로 올라가면 소박한 정자가 있다. 거기 서면 눈앞에 월출산과 활짝 펼쳐진 차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영암 봄나들이 인증샷을 찍기 좋은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라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남 8대 정자 중 하나라는 영암읍 부춘정도 팽나무가 둘러싼 수려한 경치와 단아한 모습의 정자가 어우러져 꽤 예쁜 사진이 나온다.

미술 감상을 좋아한다면 이안 미술관과 군립하정웅미술관도 여행 일정에 넣어두자. 이안 미술관은 실내와 실외 전시실, 유럽식 정자,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3층에 미술인들이 영암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도록 숙박시설을 갖춘 아틀리에도 있다.

구림마을에 있는 군립하정웅미술관은 지방 미술관으론 드물게 호안 미로, 달리, 루오, 샤갈, 벤 샨 등 이름을 접했던 해외 거장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이곳, 활성산 풍력발전단지

금정면의 498m 활성산은 한때 대관령 삼양목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국내 두 번째 규모의 서광목장이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모기업의 부도로 운영이 중단됐고 대명GEC가 이곳을 인수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다. 관계자 외 출입을 통제한 곳이 많지만 일부 출입이 허용된 공간에서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태양광발전시설이 산자락에 펼쳐진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영암|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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