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화하는 홍콩, 어디로 가볼까(3)-섬과 트램투어 [투얼로지]

입력 2024-04-17 08:1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청차우섬으로 가려면 센트럴 페리 선착장 5번 데크에서 타야 한다. 청명절을 맞아 성묘와 제사를 지내러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아침부터 북적이고 있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변화에도 한결같은, 그래서 더 좋은 것들

청차우섬, 소박하지만 정겨운 어촌풍경과 하이킹
트램 여행, 2층 앞자리 명당 확보하면 최고 여행
화려한 파노라마, 명불허전 빅토리아 피크 야경
한때 홍콩은 한국사람들이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TOP 5에 꼽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홍콩으로의 여행이 너무 어려워졌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리오프닝이 전개되면서 홍콩을 찾는 다시 한국인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에게 홍콩은 여전히 매력과 재미를 간직한 여행지인가.”

크고 멋진 미술관이 새로 생기고 해외 팬들이 몰려드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도 열리지만 그래도 홍콩여행에서 기대되는 것은 그곳 특유의 정서와 일상의 속살이다. 홍콩을 홍콩스럽게 해주는 그 풍광들.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한결 같아서, 그래서 더 좋은 모습들이다.

홍콩 일상의 정취, 청차우섬

휴일이기도 한 청명절을 맞아 섬을 찾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이는 청차우섬. 작은 섬인데도 방문객이 많다 보니 각종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매장이 섬에 들어와 있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홍콩의 섬투어(아일랜드 호핑)은 홍콩을 처음 가거나, 한 두번 방문한 정도라면 굳이 시도할 필요는 없다. 아직 돌아보고 즐길 것이 많으니까. 하지만 센트럴과 셩완, 완차이와 코즈웨이베이, 몽콕과 침사추이 정도는 돌아본 홍콩여행 ‘경력자’라면 섬투어를 해보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홍콩 섬투어라면 옹핑케이블카와 대불상, 어촌마을 타이오가 있는 란타우섬, 주윤발의 고향으로 유명한 명물요리 ‘술취한 새우’와 트레킹 코스의 라마섬, 그리고 오밀조밀한 해안선과 하이킹 코스를 지는 청차우섬 등이 대표적이다.

청차우섬 포구 근처의 한 생선가게. 어선에서 잡은 생선을 손질해 건조해 판매하고 있다.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이 청차우섬이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중 란타우섬과 라마섬은 가봤기에 이번에 간 곳은 청차우섬이다. 약 3㎢ 정도의 작은 섬으로 일명 ‘긴 섬’이라고도 한다. 섬 모양이 길쭉하면서 가운데는 쏙 들어간 아령 모양이라 붙은 별명이다. 섬 크기에 비해 포구 규모는 제법 커서 크고 작은 어선과 페리, 여객선, 관광보트 등이 북적인다. 소박하면서 삶의 냄새가 느껴지는 포구와 동네 풍경이 고층건물 즐비한 센트럴같은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현지인의 일상적인 삶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을 여행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로 생각한다면 청차우는 딱 맞는 목적지다.

최근에는 꽤 예쁜 카페도 곳곳에 들어섰다. 그레서 언뜻 첫 인상은 라마섬과 비슷하다. 하지만 라마섬이 외국인 거주자가 많아 약간 서구적 정서가 느껴진다면, 청차우섬은 홍콩 현지인의 삶이 주는 내음이 더 강하다.

청차우섬 정상에 있는 공원묘지의 납골당에서 줄을 서 참배를 하는 사람들. 홍콩서 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청차우섬에는 이렇게 전망 좋고 양지 바른 곳에 공원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청차우섬 가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MTR 홍콩역이나 애드미럴티 역에서 걸어서 10여분이면 도착하는 센트럴 페리 선착장 5번 데크에서 청차우섬 가는 배가 출발한다. 대략 1시간에 1척 순인데 소요시간은 고속이면 35분, 완행이면 1시간 정도다. 돌아올 때는 내린 곳에서 센트럴 가는 배를 타면 된다. 월~토요일 밤 11시45분, 일요일과 공휴일 밤 11시30분이 마지막 배여서 아침에 간다면 당일치기 섬투어가 가능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청명절 같은 전통 명절이나 휴일, 주말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홍콩인들이 주로 가는 소박한 근교 여행지였는데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도 몰려 주말에 무지 북적댄다. 이 작은 섬에 편의점과 맥도널드까지 있는 이유가 그만큼 사람이 찾기 때문이다. 또한 섬 정상 부근의 양지 바르고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대규모 공원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명절 때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사나 성묘를 위해 지역민들이 대거 찾아오기 때문에 여유로운 섬 관광은 어렵다.

이번 청차우섬 초행길도 나름 고민해 4월4일 목요일을 선택했는데 센트럴 페리부두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아 의아했다. 결국 페리도 한 척 놓치고 10시 넘어 탔는데, 배안에는 유치원생들과 가족단위 현지인들이 가득했다. 알고 보니 이날이 홍콩의 어린이날이자 청명절이었다. 우리와 달리 홍콩에서 청명은 공휴일로 조상이나 부모에게 성묘를 하는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청차우섬 전체가 이날 종일 사람으로 들썩였다.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 청차우섬의 재활용품운반차. 섬 크기와 도로가 작아 소방차, 구급차 등 공공목적의 경우에만 이렇게 초소형 경차로 섬을 다닐 수 있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섬이 작고 도로가 좁아 청차우섬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자동차는 운행금지다. 하지만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앙증맞은 크기의 초소형 경차 가끔 눈에 띤다. 소방차나 순찰차, 구급차, 재활용품수거차 등 공공목적 차량이다.

섬에서 가게와 카페, 식당이 즐비한 상가를 지나 동쪽으로 가면 퉁완이라고 마치 크루아상처럼 휘어진 해변이 나온다. 또한 작은 만리장성(Mini Great Wall)이라 불리는 남동쪽 해안의 하이킹 모스도 있다. 길이는 850m로 채 1km가 안되지만 꽤 아기자기한 코스로 섬의 다양한 바닷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홍콩 어제와 오늘…타임리프같은 트램투어

저녁 무렵 셩완지역에서 발견한 이벤트 트램. 홍콩 트램 중에는 전차를 통으로 빌려 행사나 파티를 열 수 있는 이벤트용 트램도 운영한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트램은 홍콩섬의 명물 교통수단이다. 복잡한 도심을 여유롭게 헤쳐 가는 2층 전차의 모습은 홍콩여행의 시그니처다. 가격도 3홍콩달러로 저렴하고 정거장도 촘촘해 도심을 오가며 여행하는 데 딱이다.

그런데 이 트램을 여행의 이동수단이 아닌 여행 테마 자체로 삼아도 재미있다. 보통 호기심에 가볍게 몇 정거장만 타는데, 저녁 무렵에 1~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트램 나이트투어를 즐기는 것도 좋다. 2층 앞자리에 앉아 저녁 때 도심 번화가를 지나며 앞에 펼쳐지는 사람과 거리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홍콩이 어제와 현재의 모습이 스쳐가는 거리의 새롭거나 낡은 건물들을 통해 다가온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가는’ 타임리프(time leap)를 트램을 통해 여행하는 느낌이다.

트램투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첫째 조건은 2층 앞좌석의 확보다. 예전에도 자리 확보 경쟁이 만만치 않았는데, 요즘은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종점에서 한, 두 정거장만 지나도 벌써 누군가 자리잡고 있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트램 투어를 제대로 즐기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2층 앞자리 확보가 필수다. 트램 2층 맨 앞좌석은 거리 풍경이나 정류장 모습, 반대편 트램과 마주치는 장면 등 바라보고 사진 찍기가 좋은 포인트다. 그만큼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노선의 종점격인 노스 포인트나 반대쪽 케네디타운 근처까지 가야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지하철(MTR) 노선인 아일랜드선을 이용하는 게 좋다. 아일랜드선은 쇼핑투어의 명소인 셩완(Sheung Wan 上環)을 지나 사이잉푼이나 홍콩대학, 케네디타운까지 운행한다. 이 세 역에서 트램 정류장이 걸어서 10분 안팎으로 가깝다. 트램 종점 부근이다 보니 좌석이 여유롭고, 그만큼 2층 앞을 점유할 기회도 많다. 트램 노선의 반대편 종점인 노스 포인트에도 아일랜드선 역이 있다.

근데 예전에도 경쟁이 꽤 치열했는데 요즘은 인증샷 포인트로 소문이 나서 그런지 요즘은 자리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저녁 때 트램 2층 앞자리를 확보했다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그저 바라보면 된다. 좌우로 흔들리는 전차의 진동과 땡땡거리는 독특한 소음, 여기에 낯설고 이국적인데 웬지 모를 친숙함도 드는 묘한 거리 전경이 언제가 본 홍콩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과거 마치 머리에 닿을 듯 도로 위로 길에 나와 있던 홍콩의 명물 네온사인들이 이번에 가보니 거의 자취를 감추고 볼 수가 없다. 도시미관 정비 차원이라는데, 너무 ‘단정해진’ 거리 모습이 살짝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최고는 야경

빅토리아피크로 올라가는 피크 트램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피크트램은 최근 기차를 새롭게 바꾸었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새로운 핫스팟이 생기고, 여행 트렌드가 바뀐다고 해도 역시 홍콩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테마는 야경이다.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나 최근 떠오른 사카우룽문화지구의 아트파크서 보는 홍콩섬의 야경도 압도적이지만, 아직까지 홍콩야경의 ‘1황’이라면 빅토리아 피크서 보는 도시 전경이다. 피크 트램을 타고 가파른 경사로 올라가는 과정 자체도 매력적이고,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552m의 산 전망대에서 숲과 바다 그리고 고층 빌딩이 한 눈에 들어오는 모습도 압도적이다. 1888년 개통한 피크트램은 45도가 넘는 급경사를 오르는 홍콩의 명물이다. 와이어롤 열차를 끄는 인클라인식 산악기차인데 정상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빅토리아피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콩 도심의 야경. 숲과 바다 그리고 고층 빌딩이 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압도적으로 홍콩여행에서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1티어 테마이다. 홍콩|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피크트램 정거장 인근에는 산허리를 도는 산책과 조깅코스인 피클서클워크가 있다. 홍콩섬 남부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다 보면 지하철(MTR) 아일랜드선의 종점인 홍콩대학교가 나온다.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