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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MBK·영풍의 의결권 대리행사 사칭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장에서는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들의 신원 고지 문제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미 법적 조치에 나선 상태지만,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혼선이 더 커졌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월 9일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 일부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해당 직원들이 고려아연 사원증을 목에 걸고 주주와 접촉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주주 자택에 고려아연 사명만 적힌 안내문을 붙여 연락을 유도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MBK·영풍 측은 고소 사실이 알려진 당일 곧바로 반박했다. 명함에 MBK·영풍 측 대리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적었고, 안내문에 적힌 ‘고려아연 주주총회’라는 문구도 해당 주주총회를 특정하기 위한 실무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 형사 고발이 정당한 의결권 대리행사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압박이라고 주장하며, 허위 사실 유포가 확인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MBK·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에게 “어느 쪽에서 나왔느냐”고 물었을 때 “고려아연 측”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주가 “고려아연 측 연락을 또 받았다”고 따져 묻자, 해당 직원이 “선임하는 이사가 여러 명이라 연락이 여러 번 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또 다른 주주는 통화 뒤 상대를 고려아연 측으로 오인해 위임장을 제출했고, 이후 고려아연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과 3자 통화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 통화에서 MBK·영풍 측 직원은 소액주주 보호와 배당 확대, 임의적립금 9100억원의 이익잉여금 전환 안건 상정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양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들과 주주 사이에 언쟁까지 벌어진 사례도 전해진다. 한 주주는 MBK·영풍 측에 위임장을 냈다가 고려아연 측과 혼동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위임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위임 권유 과정에서 권유자의 신원과 소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54조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때 권유자의 신원과 소속 등 중요 사항을 분명히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 역시 오인이나 착각을 이용한 경우 성립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MBK·영풍 측이 명함 공개 등으로 반박하고 있지만, 피해 사례 주장과 녹취 내용 등을 함께 보면 우연한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조직적 행위 여부는 수사를 통해 가려질 부분”이라고 했다.

MBK·영풍 측은 2024년 정기 주주총회 때도 의결권 대행사 명함에 고려아연 사명이 함께 적혀 주주들에게 혼선을 줬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회사 관계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