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
진료실에서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오시는 환자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검진에서 PSA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데, 혹시 전립선암 아닙니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PSA가 ‘암 수치’라고 해서 며칠 동안 잠을 못 잤습니다”, “수치 하나 보고 바로 조직검사부터 해야 하는 건가요?”
이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말씀드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PSA 수치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곧 암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치가 올라가는 데에는 암 말고도 여러 흔한 이유가 있고, 오히려 그중 상당 수는 우리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보는 양성 질환, 즉 전립선비대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PSA는 ‘암 수치’가 아니라 전립선이 만드는 단백질입니다
PSA는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Specific Antigen)’이라는 이름의 단백질입니다. 전립선 세포가 정상적으로 만들어내는 물질이라, 건강한 남성의 혈액에도 늘 일정량이 존재합니다. 피 한 번 뽑아 그 농도를 재는 것이 PSA 검사입니다.
이름에 ‘특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 오해하기 쉬운데, 이것은 “전립선에서 나오는 물질”이라는 뜻이지 “암에서만 나오는 물질”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암세포만 PSA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정상 전립선 세포도, 커진 전립선 세포도, 염증이 생긴 전립선 세포도 모두 PSA를 만듭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PSA = 암 수치”라는 오해가 생깁니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수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전립선 조직 자체가 커져 있습니다. PSA를 만들어내는 세포가 그만큼 많아진 셈이라, 암이 전혀 없어도 수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이 조금씩 커지고 PSA도 함께 서서히 오르는 것은 중년 이후 남성에게 흔한 일입니다.
여기에 더해 PSA는 여러 일시적인 요인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전립선에 염증이 있거나 요로감염을 앓고 있을 때, 검사 며칠 전에 성관계나 사정이 있었을 때, 장시간 자전거를 탔을 때, 직장수지검사나 방광내시경 같은 검사를 받은 직후, 소변줄(도뇨관)을 꽂았던 경우에도 수치가 일시적으로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높게 나온 수치만으로 곧장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일정 기간을 두고 컨디션이 안정된 상태에서 다시 확인해 보면, 처음보다 수치가 내려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숫자 하나가 아니라 ‘맥락’을 함께 봅니다
흔히 ‘PSA 4 정도’를 기준선처럼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절대적인 선이 아닙니다. 4보다 낮아도 주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4를 넘어도 양성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단순히 숫자 하나만 보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함께 해석합니다. 나이에 비해 높은 편인지, 전립선 크기에 비해 높은지(같은 수치라도 전립선이 크면 그만큼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오르고 있지는 않은지, 혈액 속 PSA의 형태별 비율은 어떤지 등을 종합합니다. 같은 ‘5’라는 숫자라도, 누구에게는 안심해도 되는 수치이고 누구에게는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할 수치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PSA가 높으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보통은 수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직장수지검사로 전립선을 직접 만져 상태를 살피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립선 초음파검사로 의심되는 부위가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최근에는 수치가 조금 높다고 해서 바로 조직검사로 직행하기보다, 영상검사로 의심 부위를 먼저 가려낸 뒤 선택적으로 조직검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환자분의 불필요한 검사 부담을 줄이면서, 꼭 필요한 경우에 정확히 접근하기 위한 흐름입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쓰이는 일부 약은 PSA 수치를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검사 전에 반드시 알려주셔야 합니다. 이 정보가 빠지면 실제보다 수치가 낮게 보여 해석이 어긋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암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와 ‘무시해도 된다’는 다릅니다
PSA가 높다고 해서 곧 암은 아니라는 말이, 높아도 그냥 둬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양성 원인이 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 정말로 주의가 필요한 경우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권하는 것입니다. PSA는 ‘진단명’이 아니라, 내 전립선을 한 번 더 점검해 보자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 신호를 정확히 읽고 다음 단계를 함께 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으로 이미 배뇨 불편을 겪고 계신 분이라면, PSA 검사는 전립선 건강을 한 번에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소변 증상의 원인을 정리하는 동시에, 혹시 함께 살펴야 할 부분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 결과 ‘전립선비대증’으로 확인됐다면, 치료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PSA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암이 아니라 전립선비대증이 원인으로 확인되는 경우는 흔합니다. 다행인 것은, 전립선비대증은 단계에 맞는 여러 치료 방법이 잘 마련돼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전립선비대증은 저절로 좋아지는 병이 아니어서, 증상을 방치하면 배뇨 장애가 서서히 진행될 수 있으므로 상태에 맞는 관리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치료는 보통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 증상이 가볍다면 카페인·음주 줄이기, 자기 전 수분 섭취 조절, 규칙적인 배뇨 습관 같은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불편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이 분명하다면 약물 치료를 먼저 시도합니다. 요도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어 소변 흐름을 돕는 약, 전립선 크기 자체를 서서히 줄이는 약 등을 상태에 맞게 사용합니다. 다만 약물은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고, 사람에 따라 어지럼증이나 성기능 관련 불편 같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어, 효과와 부작용을 보아가며 조정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일부 약은 PSA 수치를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으므로 복용 사실을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약물 효과가 충분치 않거나, 배뇨 장애가 반복되고 잔뇨·요폐 같은 문제가 동반된다면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합니다. 과거에는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직접 절제하는 수술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절개나 절제를 최소화하면서 막힌 소변 길을 넓혀주는 최소 침습 시술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어 큰 수술이 부담스러운 분들께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조직을 잘라내지 않고 길을 넓히는, 2세대 전립선결찰술 ‘프로게이터’
최근 주목받는 방법 중 하나가 ‘프로게이터’를 이용한 전립선결찰술입니다. 결찰술은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는 대신, 요도를 양옆에서 누르고 있는 전립선을 특수한 실로 묶어 옆으로 당겨 고정함으로써 소변이 지나는 통로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조직을 잘라내지 않기 때문에 출혈과 회복 부담이 비교적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프로게이터는 기존 전립선결찰술인 ‘유로리프트’의 기술적 기반을 잇는 2세대 시술로 소개됩니다. 유로리프트가 측엽을 미세한 실과 앵커로 당겨 고정하는 방식이라면, 프로게이터는 전립선의 크기와 형태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결찰 각도와 장력을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발전한 방식입니다. 그래서 좌우 비대칭이 있거나 구조가 단순하지 않은 전립선에도 맞춤형으로 접근하기 수월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절개 없이 진행돼 시술 시간이 비교적 짧고, 상태에 따라 당일 또는 단기간 내 일상 복귀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전립선의 크기와 모양, 비대해진 위치, 배뇨 기능 상태에 따라 가장 알맞은 방법이 달라지므로, 영상·기능 검사를 통한 개별 평가를 바탕으로 시술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시술 후에도 배뇨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전립선의 구조적 변화가 다시 진행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검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수치를 정확하게 얻기 위해 몇 가지 도움되는 점이 있습니다. 검사 2~3일 전에는 성관계나 사정, 장시간 자전거 타기를 피하시고, 요로감염이나 전립선 염증 증상이 있을 때는 미리 말씀해 주는 게 좋습니다. 가능하면 같은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검사받으시면 이전 수치와 변화 추이를 비교하기에 유리합니다.
PSA 수치 하나에 너무 크게 흔들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숫자는 그 자체로 답을 주는 진단명이 아니라, 내 전립선의 현재 상태를 함께 들여다보자는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검사를 미루거나 반대로 결과를 외면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터넷 검색으로 불안을 키우거나 반대로 모른 척 넘기는 게 아니라, 현재 전립선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나에게 맞는 다음 단계를 차분히 정하는 일입니다.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것을 ‘판정’이 아니라 ‘점검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한 번 정확히 확인해 보기를 권합니다.
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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