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수도 부산유산 11개소 현황. (사진제공=부산시)

피란수도 부산유산 11개소 현황. (사진제공=부산시)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 기능하며 대한민국을 지탱한 부산의 역사적 가치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부산시는 지난 13일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공식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이후 3년 만의 성과로 향후 세계유산 등재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게 되는 중대한 진전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제기됐던 보완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데 따른 결과다. 당시 위원회는 ▲구성유산 추가 검토 ▲유산 간 연계성 부족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대한 서술 보완 ▲보호·관리 계획 구체화 등의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부산시는 올해 추진 과정에서 관련 연구 협력사업을 확대하고, 전문 연구진과 함께 구성유산 전체를 재검토했다. 그 결과 기존 9곳에서 영도다리·복병산배수지 2곳이 추가된 총 11곳으로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또한 피란수도 부산의 서사를 강화하고, 유산별 보호·관리 계획 및 세계유산 가치 설명을 보완하며 등재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는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20세기 중반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역사 속에서 국가 기능과 사회 체계를 유지한 국가 단위 피란수도 사례를 증명하는 유산이자,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지향하는 인류평화 가치와 국제연대 정신을 담은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선정으로 부산시는 향후 유네스코 예비평가(Preliminary Assessment)를 포함한 국제 절차를 차례로 밟게 된다. 예비평가는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과 신청서 완성도를 가늠하는 단계로, 유네스코 자문기구(ICOMOS)의 서면 평가가 진행된다.

현재 국내 잠정목록 유산 14건 중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된 사례는 올해 3월 ‘양주 회암사지유적’과 이번에 선정된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두 건뿐이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국내·국제 절차를 거쳐 최종 등재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며, 부산시는 구성유산 관리 강화와 시민 참여 확대 등을 통해 등재 준비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국내 최초의 근현대 유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사례로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며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피란민을 품고 대한민국을 지탱해낸 부산의 역사적 경험은 국제 연대와 평화의 상징으로 세계에 알릴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러한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가유산청과 긴밀히 협력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