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 1년 새 두 번째 공백 위기
육감 선거가 아니라 사법 전쟁… 시민만 피해
진보는 리스크 폭탄, 보수는 내홍 지옥… 대안은 없다
정책은 뒷전, 법정이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비극
(왼쪽부터) 김석준·정승윤·최윤홍.

(왼쪽부터) 김석준·정승윤·최윤홍.


내년 6월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산시교육감 선거판은 정책 대결 대신 ‘사법 리스크’라는 짙은 안개 속에 갇혔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은 현직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는커녕,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교육감직 상실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선거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하는 위기감에 직면했다.

현재 판도는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진보 진영의 김석준 교육감,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정승윤 부산대 교수, 실무형 후보를 내세우는 최윤홍 전 시교육청 부교육감까지 3인이 가장 유력한 거론 대상이다. 다만 세 후보 모두 확실한 강점과 동시에 뚜렷한 약점을 지닌 만큼, 이번 선거의 관건은 “누가 더 안정성과 도덕성을 유권자에게 증명해낼 수 있는가”에 모일 전망이다.

◆ “사법 리스크 안고 출마”… 김석준 교육감에 거세지는 비판 여론

김석준 교육감의 재출마 가능성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 여전히 가장 높은 카드로 평가된다. 지난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강한 조직력과 지지층 결집력을 확인한 만큼, ‘공교육 안정’ 프레임을 다시 내세울 수 있다는 계산도 따라붙는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사법 리스크’다. 김 교육감은 2018~2019년 해직교사 4명을 부당 특별채용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오는 12일 예정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교육감직 유지조차 불투명하다. 선거판 전체가 선고 결과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부산교육을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대의가 사법 판단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권자 입장에선 “교육의 지속성과 안정성보다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피로감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사법 리스크에 휘둘리는 후보를 또다시 내세우는 것은 부담”이라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어, 공천 판단 역시 쉽지 않은 분위기다.

◆ 보수진영, 정승윤 vs 최윤홍… 단일화와 확장성이 최대 변수

보수 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는 정승윤 부산대 교수가 꼽힌다. 법학자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김 교육감의 사법 리스크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선명한 메시지 전략이 강점이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는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보수 진영 내부 단일화 진통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표 분산으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윤수 전 교육감 낙마 이후 보수 조직이 구심점을 잃은 데다, 후보 간 경쟁이 자칫 ‘주도권 다툼’ 프레임으로 번질 경우 결집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단일화 실패나 깊은 내홍이 장기화하면 정 교수의 선거 지형은 급격히 수세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무형 후보를 자처하는 최윤홍 전 부교육감은 교육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행정 경험과 현장 이해도가 뚜렷한 강점이다. “정치형 교육감이 아닌 현장형 행정가”라는 메시지로 중도·보수층을 공략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보궐선거 출마 경험으로 선거 운영 역량을 이미 검증받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확장성의 한계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라붙는 데다, 단일화 국면에서 존재감 확보에 실패할 경우 ‘대체재’ 이미지에 갇힐 우려도 존재한다. 정치권에서는 “능력은 인정되지만 승부사 이미지는 약하다”는 신중한 분석이 나온다.

◆ 선고 결과 앞두고 흔들리는 선거판… “교육보다 법정이 앞섰다”는 자조

오는 12일 김석준 교육감이 1심에서 직 상실형을 선고받는다면 부산 교육은 하윤수 전 교육감 낙마에 이어 1년 새 두 번째로 수장을 잃는 초유의 ‘행정 공백’ 위기를 맞게 된다.

부산 교육은 최근 몇 년간 교육감들의 법적 다툼이 반복되며 큰 혼란을 겪었다. 하윤수 전 교육감은 1년 6개월을 법정 공방으로 보내다 직을 상실했고,그 자리를 되찾아 돌아온 김 교육감 역시 임기 내내 재판을 받고 있다. 정책의 골든타임에 교육청의 시계가 법원 일정에 맞춰 움직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교육감 측은 “해직 교사를 구제하기 위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공무원 임용의 공정성을 훼손한 직권남용”이라며 중형을 구형했다. 결과에 따라 김 교육감은 ‘사법 리스크’를 알면서도 출마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권자들의 실망감도 크다. 시민들은 “범죄 혐의가 있는 후보”와 “대체할 준비가 안 된 후보” 사이에서 또다시 강요된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 진보 진영 역시 김 교육감 개인의 명예 회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을 경우를 대비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부산 교육이 ‘리걸 마인드(Legal Mind)’가 아닌 ‘에듀케이션 마인드(Education Mind)’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만큼은 후보자의 사법적 거취보다 정책·도덕성·책임성을 우선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오는 12일 법원의 판결은 김석준 개인의 운명을 넘어 부산 교육이 과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