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불황에도 수천만 원 연수 강행
보수 의원 3명 “지금은 현장 지킬 때”
지역 여론, “관광성 출국…다음 선거로 심판”
사진출처=수영구 조병제 의원 페이스북 캡처)

사진출처=수영구 조병제 의원 페이스북 캡처)



부산 수영구의회가 해외 연수를 두고 정면으로 갈라섰다. 손사라 의장(무소속)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4일 예정대로 이탈리아로 출국했지만, 김보언·김태성·조병제 의원(국민의힘)은 “지금 나가선 안 된다”며 탑승을 거부하고 지역구에 남았다.

이번 연수는 7박 9일 일정에 수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물가·경기침체로 자영업자와 지역 상권이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지금이 과연 해외 연수의 적기인가”라는 비판 여론이 팽배해 있었다. 불참 입장을 밝힌 의원이 있었음에도 손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일정을 강행해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반면 연수를 포기한 세 의원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이들은 정연욱 국회의원과 함께 “외유성 연수보다 주민 곁이 우선”이라며 곧바로 골목 상권과 전통시장 현장을 방문했다. “명분 없는 해외보다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판단이었다.

김보언 의원(전 수영구의회 의장)은 “상인들은 하루 버티기도 힘든데 로마 유적지를 보러 떠난다고요? 지금 필요한 건 화려한 일정이 아니라 무너진 골목경제를 살릴 대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성 의원도 “해외 대신 망미동 골목과 시장을 다녔다. ‘15분 도시’ 관련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직접 점검했다”며, 어려울수록 현장을 지키는 것이 의원의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조병제 의원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권익을 누릴 수는 없다”며 ‘무조건 따라가는 연수 문화’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의 분위기도 싸늘해지고 있다. 민생을 이유로 남은 의원들보다 해외 연수를 강행한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감시·견제를 외치던 민주당 의원들까지 함께 출국한 점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다.

수영구 한 주민은 “누군은 남아서 주민 챙기고, 누군은 해외 나가 관광처럼 일정을 보낸다니 기가 막히다.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