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부천FC1995의 승강 PO 1차전이 폭설로 연기된 후에도 헤르메스가 자리를 지키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이달 4일, 부천FC1995의 승강 PO 1차전이 폭설로 연기된 후에도 헤르메스가 자리를 지키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부천FC1995가 창단 18년 만에 구단 역사상 최초로 K리그1(1부리그) 무대에 오른다. 팬들의 손으로 탄생한 시민구단이 마침내 대한민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에 입성하는 감격적인 순간이다.

부천FC1995는 최근 열린 수원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1차전 1-0 승리, 2차전 3-2 승리를 거두며 합계 4-2로 승격을 확정했다. 2007년 시민과 서포터스가 중심이 돼 창단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낸 쾌거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최고의 선수와 감독, 코치진, 스태프, 그리고 헤르메스 서포터스가 함께 만들어낸 최고의 결과”라며 “부천이 최고라는 사실을 K리그1에서도 증명하자”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부천시는 승격 세리머니와 시민 한마당 등 다양한 기념 행사를 마련해 승격의 감동을 시민들과 함께 나눴으며, 이를 계기로 장기적인 ‘스포츠 도시 부천’ 비전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연고 이전의 상처를 넘어 시민구단으로…서포터스 ‘헤르메스’의 힘

부천FC1995의 승강 PO 1차전이 폭설로 연기된 후 돌아가는 시민들과 조용익 부천시장이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부천FC1995의 승강 PO 1차전이 폭설로 연기된 후 돌아가는 시민들과 조용익 부천시장이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부천FC1995의 1부 승격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995년 유공 코끼리 축구단(이후 부천 SK)을 응원하던 팬들이 결성한 ‘헤르메스’는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축구 서포터스로,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의 모태가 됐다.

2006년 부천 SK의 제주 연고 이전 이후, 헤르메스는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2007년 12월, 시민이 주인이 되는 부천FC1995가 탄생했다. 이후 헤르메스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는 열정적인 응원으로 팀의 ‘12번째 선수’ 역할을 해왔다.

헤르메스 창단 30주년을 맞은 올해, 부천FC1995가 K리그1 승격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안기며 서포터스와 구단의 오랜 여정은 하나의 서사로 완성됐다.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도 성과로 이어졌다. 부천FC1995의 연간 유료 관중 수는 2022년 2만6,377명에서 2025년 7만9,201명으로 크게 증가하며, 시민구단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K3리그에서 K리그1까지…‘승격을 실현한’ 시즌

이달 8일 열린 부천FC1995 승강 PO 2차전에서 헤르메스가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이달 8일 열린 부천FC1995 승강 PO 2차전에서 헤르메스가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부천FC1995는 2008년 K3리그에서 출발해 2013년 K리그2에 입성했다. 팬 중심으로 창단해 프로 무대에 오른 국내 첫 사례다. 올 시즌에는 K리그2에서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인 3위(승점 67·19승 10무 10패)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승강 PO에 진출했고, 끝내 K리그1 승격을 이뤄냈다.

구단이 시즌 초 내세운 목표인 ‘우리는 승격을 꿈꾸지 않는다. 실현한다’는 선언은 현실이 됐다.

●폭설도 멈추지 못한 열기…시민과 함께한 승격의 밤

이달 8일 열린 부천FC1995 승강 PO 2차전에서 헤르메스가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이달 8일 열린 부천FC1995 승강 PO 2차전에서 헤르메스가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지난 4일 폭설로 인해 승강 PO 1차전이 연기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승격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은 꺼지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와 유관기관은 새벽까지 제설작업을 진행했고, 재개된 예매는 순식간에 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2차전이 열린 8일 밤, 승격이 확정되자 부천종합운동장은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환호로 가득 찼다. 서포터스와 시민들은 홍염을 터뜨리고 응원가를 부르며 부천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축하했다.

이어 13일에는 부천시청 잔디광장과 차 없는 거리 일대에서 ‘부천FC1995 K리그1 승격 기념 시민 한마당’이 열렸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선수들과 함께 승격의 감동을 나눴고, 조용익 시장과 이영민 감독, 한지호 주장이 승격 선포문을 낭독하며 공식적인 K리그1 입성을 선언했다.

이영민 감독은 “K리그1에서는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시민 여러분의 응원이 있다면 더 멋진 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스포츠 도시 부천’으로 도약

이달 8일 부천FC1995 승강 PO 2차전 경기에서 골을 넣자, 조용익 부천시장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이달 8일 부천FC1995 승강 PO 2차전 경기에서 골을 넣자, 조용익 부천시장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천시


부천시는 이번 승격을 계기로 부천FC1995를 시민 중심의 명문 구단으로 육성하고, 부천종합운동장과 도심 일대를 스포츠·문화 복합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프로축구 전용구장 도입 검토와 함께 생활체육, 유소년 시스템, 지역경제 활성화를 연계한 ‘스포츠 도시 부천’ 비전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부천FC1995가 시민구단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1부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며 “시민이 자부심과 활력을 느끼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기|박병근 기자 localcb@donga.com


박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