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전장서 돌아온 경주중학교 뱃지
경상북도 학도병 기록물 수집 및 정리 사업 기록물 전시회 ‘소년의 시간’에서 경주 어래산 전투 현장에서 발굴된 경주중학교 뱃지가 특별 공개됐다. 사진제공 ㅣ 경북교육청

경상북도 학도병 기록물 수집 및 정리 사업 기록물 전시회 ‘소년의 시간’에서 경주 어래산 전투 현장에서 발굴된 경주중학교 뱃지가 특별 공개됐다. 사진제공 ㅣ 경북교육청


6·25전쟁 당시 학도병들의 참전 사실을 입증하는 상징적 유품인 ‘경주중학교 뱃지’가 75년의 세월을 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북교육청은 경상북도교육청 1층 전시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경상북도 학도병 기록물 수집 및 정리 사업’ 기록물 전시회 ‘소년의 시간’에서 경주 어래산 전투 현장에서 발굴된 경주중학교 뱃지를 특별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뱃지는 지난 2023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경주시 어래산 142고지 일대에서 발굴한 유품이다. 작은 금속 뱃지에 불과하지만, 6·25전쟁 당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상징적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어래산 일대는 1950년 낙동강 방어선 구축 과정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기계·안강 전투가 전개된 핵심 지역으로,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군인뿐 아니라 수많은 학도병들이 전투에 투입됐다.

당시 경주중학교 학생들 역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원 입대하거나 학도병으로 편성돼 전선에 나섰다. 학교에서 공부하던 소년들이 교복을 입은 채 총을 들고 전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경주중학교 뱃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실물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학도병들의 참전 이야기는 생존자들의 구술과 회고록, 일부 기록을 통해 전해져 왔지만, 실제 전장에서 학교를 상징하는 유품이 발굴된 사례는 흔치 않다. 때문에 이번 발굴은 참전 학도병들의 기억을 역사적 사실로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도내 생존 참전 학도병들을 직접 찾아가 당시 경험을 기록하는 구술 채록 사업을 추진해 왔다.
참전 학도병들은 인터뷰를 통해 “교복을 입고 전장에 나갔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다”, “총보다 교과서를 먼저 잡아야 할 나이에 전쟁을 겪었다”는 증언을 남겼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경주중학교 뱃지는 학도병들의 생생한 증언에 역사적 실증이라는 무게를 더해주는 자료”라며 “개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이야기가 실제 유품을 통해 객관적인 역사 기록으로 확인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서는 경주중학교 뱃지 외에도 기증받은 사진 33점과 학적부 7점이 함께 공개된다.
학적부에는 전쟁으로 인해 학업이 중단된 학생들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당시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전쟁 참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사진 자료들은 전쟁 전후 학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전쟁이 한 세대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으로부터 대여한 유품 15건 27점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경주중학교 뱃지를 비롯해 교복 단추, 개인 소지품 등은 본래 학교와 일상을 상징하던 물건들이 전쟁의 유품으로 남게 된 역사의 비극성을 보여준다.

교실과 운동장에서 사용됐어야 할 물건들이 전투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당시 학도병들이 감당해야 했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어래산 고지에서 발견된 작은 뱃지 하나가 75년 전 소년 학도병들의 삶과 헌신, 그리고 희생을 오늘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며 “학도병 기록물 수집 사업은 잊혀져 가던 학생들의 이름을 되찾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지역사회의 공적 기억으로 남기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의 상처와 평화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게 올바르게 전하기 위해 기록물 수집과 보존, 교육 활용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교육청은 앞으로도 학도병들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기록화 사업을 확대하고, 발굴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해 평화·호국 교육의 핵심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

안동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