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악의 학살 현장인 킬링필드가 조명됐다.
4일 방송된 JTBC ‘세계 다크투어’는 3년 9개월간 200만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킬링필드 현장과 함께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비극의 역사를 짚었다.
이날 임용한 다크가이드는 “오늘이 가장 다크할 것”이라며 다크 투어리스트들을 캄보디아로 안내했다. 프놈펜은 현재 활력 넘치는 도시이지만, 과거에는 시민들 피로 가득했던 ‘유령도시’ 같았던 곳. 이번 학살로 인해 캄보디아 전체 국민의 25%가 사망했다.
특히 캄보디아인 복 위살봇이 일일 다크 투어리스트로 현지인 시각에서 보는 킬링필드를 설명했다.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외삼촌 두 명까지 잃었다던 복 위살봇은 “어머니는 킬링필드만 이야기하면 삼촌이 생각나고 그 순간이 생각나기 때문에 손을 엄청 떠시고 힘들어하신다”고 전했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이토록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사람은 극단적인 공산주의 사상에 사로잡혀 있던 폴 포트로 무장단체인 크메르 루주를 조직. 나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권력을 장악했다. 폭격을 피해 도시에 온 난민들을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동시에 그간의 캄보디아 역사를 모조리 부정하며 독재를 시작했다.
캄보디아를 순수한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고 싶었던 폴 포트는 대약진 운동을 실시하며 노인, 임산부, 환자는 물론 어린 아이까지 예외 없이 모든 국민을 집단 농장에 수용시켰다. 고된 노동에도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 노동의 질이 떨어지면서 결국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고 수많은 사람이 과로사와 굶주림 속에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폴 포트는 사유재산과 물물교환을 금지한 것은 물론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분리시켜 철저한 세뇌 교육을 통해 크메르 루주의 소년병으로 이용했다. 무엇보다 사랑과 연애 등 개인적인 감정을 금하고 여성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 결혼을 시키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폴 포트의 만행은 박나래 등 다크 투어리스트들을 분노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지식인을 비롯해 손이 하얀 사람, 안경을 쓴 사람 등 무분별한 숙청 기준은 경악을 자아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던 생지옥 속에서도 사랑을 나누던 보파나와 시타의 참혹한 죽음은 큰 충격을 남겼다. 봉태규는 “진짜 너무 잔인하다”며 최소한의 인간성도 찾아볼 수 없는 당시 상황에 대한 참담함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보파나와 시타가 수감됐던 S-21 수용소의 끔찍한 실태도 공개됐다. 어른은 물론 갓 태어난 아기들까지 잔인하게 살해했던 크메르 루주의 악행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구덩이에 아무렇게나 매장됐다. 이렇게 형성된 킬링필드. 현재까지 300곳 이상이라고.
이토록 극악무도한 대학살을 저지른 주범 폴 포트는 사과는커녕 죗값도 받지 않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피해는 여전하다. 폴 포트 폭정으로 교육이 말살당한 탓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는 복 위살봇은 “나는 (공부가) 끝나면 짐을 싸서 캄보디아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봉태규 역시 “진심으로 그러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