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면제’요? ‘사랑해♥’ 눈물쇼 라비, 소름! (종합)[DA:스퀘어]

입력 2023-04-04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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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사악하고 추잡스러움도 가지가지다. 허위 뇌전증으로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와 이를 도운 소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37) 씨에 관한 이야기다.

3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라비와 그루블린 김 공동대표, 나플라(31·본명 최석배)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지속해서 병역을 미루다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라비는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병역 이행을 연기하겠다는 서류를 제출했다. 당시 라비는 “향후 입영 일자가 통보될 경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병무청에 냈다. 이때쯤 그루블린 김 공동대표는 현재 구속기소 된 병역 브로커 구모(47) 씨를 알게 됐다.

김 공동대표는 라비와 나플라의 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다 구 씨에게 면담을 청했다. 구 씨는 라비의 경우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나플라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 악화를 근거로 복무 부적합으로 조기에 소집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공동대표는 라비와 협의해 구 씨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해 3월 보수로 5000만 원을 주고 구 씨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군 면제 처분을 받지 않으면 비용 전액을 환불 처리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구 씨로부터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받은 라비와 김 공동대표는 구 씨 지침에 따랐다. 아주 성실히도. 구 씨는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선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했다.

라비는 외래진료에서 의사에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등 거짓말을 해 뇌파 및 MRI 검사 일정까지 잡았다. 같은해 4월 라비와 김 공동대표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치료나 약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공동대표가 구 씨라 말한 대로 진단이 나오지 않자, 구 씨에게 연락했다. 구 씨는 “약 처방 해달라고 하라. 만약에 또 그러면 멘탈 나가고 음악생활도 끝이다, 아니면 진료의뢰서 끊어 달라고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공동대표는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에게 “약 처방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약물 치료 의견을 받아냈다.

이후에도 약을 추가 처방받은 라비는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다. 구 씨는 김 공동대표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받고는 “굿, 군대 면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라비는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 뇌전증 약을 복용해 소변검사도 대비했다. 소변검사에서 적절한 약물 농도가 검출되게 해 진짜로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낸 것.

결국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가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그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한 달 뒤인 2022년 10월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소했다.

같은 소속사인 나플라는 2016년 첫 신체검사에서 2급을 받은 뒤 여러 차례 병역을 연기하다 2020년 10월 재검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4급 판정을 받았다. 나플라는 2021년 2월 더는 병역 연기가 불가능해져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구 씨 조언에 따라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가장해 사회복무요원 분할 복무를 신청했다.



당시 나플라는 서초구청 담당 공무원과 면담하면서 정신질환이 극심해져 자살 충동이 생긴다며 복무가 불가능한 것처럼 꾸며냈다. 나플라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먹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후 서울지방병무청 담당자와 서초구청 공무원들은 나플라가 서초구청에 출근한 적이 없는데도 정상 근무한 것처럼 일일 복무상황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조기 소집해제를 돕기로 공모했다.

이들이 범행에 가담한 경위는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정신질환 등을 앓는 사회복무요원 관리가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와 김 공동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고, 나플라와 서초구청·병무청 공무원을 구속기소 했다. 이들의 병역면탈 범행을 도운 브로커 구 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2019년 6월 빅스(VIXX) 멤버이던 라비가 개인 활동을 위해 설립한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 하지만 힙합의 스웨그는 없고, 집단적인 병역 기피 공모라는 ‘추잡스러움’만 보인다. 설립자와 공동대표, 소속 아티스트까지 병역 기피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특히 라비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입대로 인해 하차하게 된 KBS 2TV ‘1박 2일 시즌4’에서 낯 뜨거운 눈물 쇼를 보여주던 라비는 당시 함께 다음을 기약했을 시청자들과 팬들, 대중을 향해 더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을 것이다. 편지를 읽으며 ‘사랑해’라던 라비는 사악했다.

라비는 그루블린 설립 당시 “인지도와 상관 없이 가능성을 지닌 뮤지션을 발굴해 새로운 움직임을 일으키고 싶었다. 더 깊숙한 힙합 신으로 들어가기 위한 시도라고 할까. 솔로 앨범을 낼 때마다 직접 기획과 제작을 맡은 경험이 많아서 레이블 운영도 잘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런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그루블린은 ‘병역 기피 공모 집단’이다. 이번 병역 기피와 무관한 아티스트들은 ‘탈 그루블린’이 답이다. 어차피 음악 색깔은 없고 ‘병역 기피’ 깊이 박혔을 레이블일 테니. 그리고 재판에 넘겨진 라비에게 이제 남은 행보는 복귀 꿈꾸지 않는 자숙과 방송 출연 망상 안하기다. 이미 ‘국민 병역기피자’ 선배들은 방송에 얼굴 들이밀 생각을 못하고 있으니.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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