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서울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는 인성교육과 ESG 정신을 통한 교육을 강조한다. 사진은 김 후보가 올해 5월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ESG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는 모습.
10월 16일 실시되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한 김재홍 전 국회의원은 언론, 정치,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 니만펠로 연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일보 기자와 논설위원을 거쳐 경기대 교수·정치대학원장, 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한국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서울디지털대 총장 등을 지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을 역임하면서 스포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의 출마 소견과 교육철학을 들어본다.
-초중등교육을 다루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소감은.
“저는 언론인, 정치인, 공무원 다 해봤지만, 많은 시간을 교육현장에 있었던 교육인이기도 합니다. 서울대에서 4년간 강사를 했고 경기대 교수 14년, 한양대 특훈교수 1년, 서울디지털대 총장 2년, 그리고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로 4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디지털대 총장 재직 시 재학생 60% 이상이 고졸 취업생이었습니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초중고 교육과 대학 교육의 연결점, 그리고 사회적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돼야 할 교육의 사명에 대해 뼈저리게 현장 체험을 했습니다. 교육이 한번 길을 잃으면 국가 백년대계가 흔들립니다. 그간의 다양한 직역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문제를 바로잡겠습니다.”
-범민주진보 후보를 표방했는데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돼 강제 징집됐고, 언론자유투쟁 과정에서 강제 해직과 복직을 거치는 등 민주주의 수호와 사회개혁 운동에 평생 헌신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바탕 위에서 민주진보 교육을 지키고자 출마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그 지지기반이 ‘범민주진보’로 확장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실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교육자로서의 활동을 소개한다면.
“서울대 강사 시절, 학생들과 사제의 교유를 통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초중고 때부터 인성교육과 사회교육을 제대로 소화해 온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적 신뢰와 연대 정신은 사회환경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서울디지털대 총장 때 디지털 4차산업혁명을 응용한 융합 과정을 개설하고, 졸업장에 총장 명의의 이수증을 부기(附記)했지요. 기업과 공공기관 취업 때 도움이 되고 4차산업혁명 지도자로 활약하는 졸업생도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은 신세대에게 항상 새로운 시대 조류를 소화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세계적인 시대조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신입니다.”
-인성교육을 위해 ESG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연결될까요.
”인성교육의 적은 이기적 경쟁주의입니다. 경쟁주의는 대학입시 때문이죠. 취업 경쟁, 승진 경쟁 등 평생 경쟁주의의 포로라 할 수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최고 목표이기 때문에 친구 간의 우정이나 연대감은 설 자리가 없고요. 경쟁이 다 나쁜 게 아니고 필요한 장점도 있는 만큼, 이기적 경쟁주의를 치유하는 것이 인성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성교육을 위해선 인문 과목과 학교 스포츠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얼마 전 파리올림픽에서 메달 성적이 좋았지만, 그것은 엘리트 체육이므로 일반 학생체육과 생활 스포츠를 강화해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바람직한 국민 2세를 육성하기 위해선 ‘신체운동’이 첫 번째, 이어서 문화와 레저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기적 경쟁주의에서 벗어나 협동과 연대의 정신을 함양하려면 인문 과목과 스포츠 교육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합니다.”
-ESG 정신은 어떤 것인가요.
“세계 ESG의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1987년 유엔환경계획이 주도해서 발표한 ‘우리들 공동의 미래’라는 문서가 효시라고 생각됩니다. 지속가능성이 핵심 개념인데 그때는 환경 파괴 문제를 주로 다뤘습니다.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떠올랐고, 기업을 비롯한 사회적 주요 조직단위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게 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ESG의 개념이 확립됐습니다. 국제표준기구(ISO)가 발표한 ‘ISO 26000’에는 ▼인권 존중 ▼노동 관행 ▼공정거래 ▼친환경 사업 ▼지배구조 투명성 ▼지역공동체 참여 ▼소비자 이슈 해결 등 7대 의제가 포함됐습니다. 사회 주체들이 이 같은 ESG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면 실질적인 사회개혁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국민 행복도 증진됩니다. ESG 실천 교육을 통해 사회적 신뢰와 상부상조, 관용과 연대 정신을 함양하고, 나아가 이기적 경쟁주의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교육적 행태가 난무하는 교육감 선거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교육자치를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발전시키는 선거 과정이어야 합니다. 모범적인 준법 선거운동으로 미래세대에게 경험적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산 교육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국민 곁에 다가갈 수 있도록 봉사하는 ‘범민주진보’ 공동체를 확장하여 나가겠습니다. 정치의 양극화가 심각한데, 교육감 선거조차 보수, 진보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교육만큼은 탈이념과 비정치를 확립해야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이기적 경쟁주의를 퇴출하고, 학교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을 모두 흡인하는 AI 맞춤형 교육의 제도화, 미래세대가 안심하는 사회환경 조성, ESG 등 시대조류를 공유하는 세계시민 교육을 펼쳐야 합니다.”
-진보 진영의 단일화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
“이상적 교육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범민주진보 출마자 모두에게 필승 단일화를 거듭 제안합니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사회환경과 희망찬 앞날을 만드는 교육을 위해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컬링 스포츠와도 인연이 있으시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경북 구미 출신 ‘팀 킴’이 컬링 여자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후 컬링에 대한 국민 관심이 많았잖아요. 2019년 서울디지털대 총장 때인데 대한컬링경기연맹 관계자 몇 분이 찾아와서 연맹 회장 출마를 권유했어요. 컬링연맹이 여러 문제로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됐다가 새 회장을 뽑는다는 겁니다. 컬링을 잘 모른다며 거절했더니 ‘어린 선수들이랑 컬링인들은 어렵게 은메달까지 땄는데 선배들 잘못으로 사고단체가 됐다. 국회의원도 하신 총장님 같은 분이 정상화를 도와줘야 한다고’고 호소를 했어요. 3파전 선거에서 당선된 뒤 1년 가까이 회장을 하면서 컬링연맹 최초로 국내 리그전을 창설했고, 국제대회에 많이 출전시켜 성적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스포츠계의 조직체계와 행정관리가 너무 허술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 중도에 자진 사임했습니다. 그러나 컬링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년층 스포츠로 매우 적합합니다. 실내 아이스 링크 경기장 건설과 유지 관리 예산 확보가 절실한데,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