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연 숙명여대 교수(가운데)와 봉사자, 관객이 사단법인 이노비 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노비 제공)
음악이 전하는 위로, 병원에서 시작된 기적
무대 아닌 병동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
숙명 DMA 솔로이스츠, 아픔 위에 음악을 놓다
“천상의 소리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봤어요. 아마도 그것은 ‘맑고 빛나는 소리’일 거라고… 저는 늘 그렇게 믿어왔거든요.”무대 아닌 병동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
숙명 DMA 솔로이스츠, 아픔 위에 음악을 놓다
유시연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학장)는 작년인 2024년 1월,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품어왔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은 ‘Pure and Glory Music Project(맑고 빛나는 소리)’. 음악으로 세상에 사랑을 전하겠다는 비영리 음악봉사 프로젝트다. 병원, 요양원, 성당, 재활센터 등 무대가 아닌 공간을 찾아가는 이 프로젝트는 감상을 넘어 ‘위로’를 목표로 한다.
“몇 년 전부터 봉사 연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여러 여건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어요. 그런데 문득 ‘의지만 가지고는 안 된다. 행함과 헌신이 따라야 한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시작했어요.”
그렇게 열린 첫 무대는 병원이었다. 이후 요양원, 성당, 정신건강센터 등을 돌며 벌써 20회가 넘는 음악회를 이어왔다. 7월 23일에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힐링 꿈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문화복지 비영리단체 (사)이노비와 함께 주최하는 이 공연은 환자와 의료진, 보호자들을 위한 짧지만 깊은 위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유시연 교수가 음악감독과 바이올린을 맡고, 바이올리니스트 오현진·박예나·정혜린, 피아니스트 김유빈이 함께한다.

온기 음악회에서 연주하고 있는 유시연 교수
● “눈물만 흘리던 청중, 그분의 영혼이 음악을 들은 거죠”
사실 Pure and Glory 프로젝트의 공연은 완벽한 환경에서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다. 피아노없이 무반주로 연주하거나, 대기 공간조차 없어 손도 못 풀고 악기를 들어야 하는 날도 있었다. 온도와 습도가 악기에 최악인 상황도 있었지만 유시연 교수는 “왠만하면 여건 마다하지 않고 연주하고 있어요”라고 했다.“중증 치매 환자분들이 계신 요양원에서 연주한 적이 있어요. 온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누워 계신 분이셨는데, 음악을 듣다가 눈물만 주르르 흘리시더라고요. 그분의 영혼이 음악을 듣고 감정을 느끼신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럴 때는 오히려 제가 치유받는 느낌이에요.”
기억에 남는 무대가 이렇게 쌓여간다. 은평 성모병원에서는 병동 안에서 입원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지자 의료진도 일손을 멈추고 한동안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라도 마음의 쉼표가 생겼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보호자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는 정신질환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정서 치유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성당 미사 중 봉헌 연주, 강북삼성병원 음악회, 시각장애인을 위한 ‘새빛 바울의 집’ 공연 등 다양한 공간에서 프로젝트는 따뜻한 선율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 음악회에서 연주 중 마이크를 잡고 관객과 소통하고 있는 유시연 교수.
● “혼자 할 수 없었어요…그런데 SNS의 기적이 일어났죠”
바이올린은 단선율 악기다. 반주자 없이는 완성도 있는 연주가 어렵다. 유 교수 역시 음악봉사를 간절히 원했지만 매번 반주자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그래서 SNS에 글을 올렸어요. ‘함께 음악 봉사 하시겠어요?’ 하고요. 뜻밖에도 연주자 몇 분이 연락을 주셨어요. 너무 감격스러웠죠.”
그렇게 시작된 연대의 물결은 숙명여대 박사과정 음악인들로까지 확장됐다. 이들이 바로 ‘숙명 DMA 솔로이스츠’다. 숙명여대 박사과정(DMA: Doctor of Musical Arts)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모여 만든 이 앙상블은 프로젝트의 주요 무대를 함께하고 있다. “환자들이 질병뿐 아니라 걱정과 두려움으로 힘들어할 때, 부드럽고 따뜻한 음악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유시연 교수의 바람은 이들의 연주를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
연주자들은 국내외 음악 명문대를 거쳐 숙명여대 박사과정에 입학하거나 졸업한 실력자들이다. 오현진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줄리아드 음악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숙명여대 박사를 거쳐 현재 숙명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박예나는 서울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인디애나 주립대 연주자 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고, 정혜린은 한양대·연세대 석사 취득 후 숙명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박사과정(DMA)은 연주와 학문을 균형 있게 병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4학기 수업연한과 논문으로 총 2년반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으며, 입학 초기부터 논문 작성까지 체계적인 가이드가 제공된다.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연주자들이 이 과정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시연 교수는 “젊은 세대와 학생들도 이웃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봉사하는 마음’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며, “숙명 DMA 솔로이스츠의 봉사 음악회가 한국 음악계에 의미 있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23일 열리는 고대안암병원 힐링 꿈 콘서트는 유시연 교수와 숙명DMA 솔로이스츠가 함께 한다.
숙명 DMA 솔로이스츠 외에도 피아니스트 강주연·강자연 교수, 김유빈, 유세형, 아나운서 맹경순 등이 이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영상 촬영은 세종문화회관 배준호 감독과 SNS를 통해 자원한 김용종씨가 봉사하고 있다.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울고 웃는 순간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공유함으로써,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나의 불빛은 희미할 수 있으나 여럿이 모이면 밝은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실감하며, 우리 모두가 하나 되는 우주적 사랑을 느낍니다.”
유 교수가 말한 ‘우주적 사랑’은 아마도 거창한 이상이 아닐 것이다. 병원 한복판에서 누군가의 손을 꼭 잡아주는 숨소리, 말없이 마음을 울리는 현의 떨림, 눈물 흘리는 환자의 뺨 위로 조용히 흐르는 바이올린의 선율. 무엇보다, 맑고 빛나는 음악.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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