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기’는흔들지만선수‘기’는흔들렸다

입력 2008-03-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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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히어로즈가 24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창단식을 열고 마침내 제8구단으로 공식 출범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구단의 운영주체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이장석 대표와 박노준 단장, 이광환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 66명, 프런트,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 대한야구협회 민경훈 회장, 3년간 300억원에 후원계약한 우리담배(주) 이재명 회장, 스포츠토토 오일호 사장 등 각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해 공식 출범을 축하했다. 그러나 힘찬 출발의 돛을 올렸지만 분위기는 유쾌하지 않았다. 흑자구단 전환이라는 구호 아래 연봉삭감의 삭풍을 맞은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KBO는 우리 구단의 창단에 앞서 이날 오전 ‘2008년 구단별 연봉비교’ 자료를 발표했다. 우리의 올 시즌 평균연봉은 지난해 7942만원에서 무려 29.5%나 삭감된 5600만원. 8개구단 평균연봉 1위인 삼성(1억1418만원)의 49%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봉비교에서 전체 1·2위를 다투던 우리의 전신 현대선수들은 이제 삼성 선수들 연봉의 반토막만 받고 야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선수단은 구단에서 지급한 감색 양복에 빨간색 넥타이로 행사장에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복장을 하고 나왔지만 하나가 되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구단의 턱없는 연봉삭감안을 받아든 백전노장 포수 김동수와 투수 조용준은 여전히 미계약자 신분. 마치 불청객처럼 굳은 표정으로 선수단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김동수는 현재 1군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하고 2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우리의 2군 선수들은 훈련 장소도 마련되지 않아 대학팀과의 연습경기가 성사되면 메뚜기처럼 돌아다니며 하루 2시간 가량 운동장을 빌려쓰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한 선참 선수는 “지방 출신의 어린 2군선수들은 숙소도 없어 모텔을 전전한다. 연봉 거품빼기도 좋고, 슬림화도 좋다. 그러나 이것이 프로인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상우 총재는 환영사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리 히어로즈가 거품을 빼고 탄탄한 구단으로 거듭나 한국 프로야구의 새 이정표를 세워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행사의 끝자락에 박노준 단장은 선수단 인사 후 이장석 대표가 건넨 구단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힘없는 박수만 쳤다. 우리는 시범경기에서 2승1무8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이광환 감독은 “훈련이 늦어져 우리는 4월도 사실 시범경기다”고 말했다.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은 언제쯤 ‘영웅(Heroes)’처럼 당당해질 수 있을까.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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