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은 대청중학교 3학년 시절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최연소 대표선수로 발탁됐다. 자유형 400m예선. 긴장한 박태환은 버저가 울리기도 전에 물에 뛰어들었고, 부정출발로 실격됐다. 노민상 감독은 현지에서 방송해설위원을 하던 안창남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태환이가 실망감이 클 거야. 잘 달래줘야 한다. 네가 잘 얘기해야 운동 계속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씨는 노민상 감독이 운영하던 수영클럽을 찾았다. 박인호씨는 그때까지도 아테네 현지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할지 노심초사.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시죠.” 노 감독은 박인호씨의 어깨를 감쌌다. 근처 포장마차. 노 감독은 물 컵에 소주를 따라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한 병을 비웠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박인호씨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평소 술을 잘 하지 못하는 박인호씨도 이내 소주 한 병을 비웠다. 쌓이는 술병과 함께 밤은 깊어만 갔다.
같은 시각. 박태환은 아테네 수영장의 탈의실에 숨어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화가 나 눈물이 흘렀다. 바로 그 때 ‘다음번에는 꼭 정상에 서리라’고 다짐했다. 박태환은 “2004년의 실패가 나 자신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4년 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기회다. 노 감독은 “(박)태환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그런 시련을 딛고 일어서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송홍선 KISS 선임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