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못 할 일이 없다.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중심타선에 포진할 이승엽(32·요미우리)이 다시 한번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이승엽은 1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대표팀 출정식에 앞서 “올림픽에서 잘해야 소속팀에서도 1군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벼랑 끝이란 생각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틀 전 귀국하면서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강조하던 기세가 여전했다.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머물렀던 이승엽은 “1군에 복귀한 후 5경기를 치르고 와서 경기 감각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부상은 회복됐고 출전하는 데 100% 지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올림픽 출전을 놓고 오래 고민했다. 모든 결정은 내가 했으니 후회는 없다”면서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오로지 메달 생각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에 관련한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요미우리 선수들과는 “국가대항전은 민감한 부분이라 그냥 ‘올림픽에서 서로 열심히 하자’는 정도로 인사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 주목하는 한국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내가 말한 부분이 일본 언론에 그대로 보도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 팀 미팅 때 선수들에게 얘기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일본의 전력에 대해 “빠른 선수들이 많고 번트 등 세밀한 작전이 많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 중심타자로서의 책임감은 남달랐다. 이승엽은 “좋은 선수들, 최고의 선수들과 한 팀으로 뭉쳐서 뛴다는 게 설렌다”면서 “중요한 순간에 꼭 한 방을 치고 싶다”는 각오를 내놨다.
한편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한국팀의 가장 큰 강점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어려울 때일수록 한데 뭉치는 힘이 다른 팀들보다 낫다. 벤치와 선수들 간 호흡에 초점을 맞춰 훈련할 계획”이라면서 “강팀도 중요하지만 대만이나 캐나다 등 이겨야 하는 팀들을 꼭 잡겠다”고 자신했다. 투수들의 잇딴 부진으로 인한 논란에 대해서는 “류현진과 김광현도 인간이라 얻어맞을 수 있다. 컨디션 관리를 잘 한다면 본선에서는 믿는 만큼 잘 던져주리라 생각한다”면서 “지금 있는 선수들로 끈끈한 팀워크를 가진 팀을 만들어서 열심히 싸우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