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는 곧 세계 최고의 재미없는 리그가 될 것이다. 하루 빨리 ‘빅4’의 장기집권을 종식시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현재 뉴캐슬을 이끌고 있는 케빈 키건 감독의 말이다. 잉글랜드 출신으로 유일하게 유럽 최우수 선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전 리버풀 스트라이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8-2009 시즌에도 맨유, 첼시, 리버풀, 아스널로 대변되는 ‘빅4’를 위협할만한 팀이 보이지 않는다는 퍼거슨 감독의 지적은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결정적 이유는 ‘빅4’를 능가할만한 대규모 투자가 다른 팀들에게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EPL은 ‘빅4’라는 억만장자 그룹과 그 밖의 백만장자 그룹으로 나눠졌다는 말이 암시하듯 돈 싸움의 대결장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빅4’ 중 사정이 나은 맨유와 첼시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나 상대적으로 실탄이 부족한 아스널을 토트넘, 뉴캐슬, 에버튼, 애스턴 빌라, 맨체스터 시티, 웨스트 햄 등이 ‘빅4’진입을 위한 공략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도 다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시즌 개막(한국시간 16일 오후 8시45분,아스널-웨스트브롬위치)을 앞두고 ‘빅4’내에서 아스널의 열세를 인정하는 일반적인 전망에 대해 아스널의 판 페르시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네덜란드 대표로 유로 2008에서 프랑스와 루마니아를 상대로 2골을 기록한 판 페르시는 자신과 최근 아스널 잔류를 선언한 아데바요르가 EPL 최고의 공격조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리그 15경기밖에 뛰지 못한 판 페르시는 부상과의 싸움을 벌인 지난 2년간 아스널이 부진했음을 상기시키며 이제 EPL 챔피언에 도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빅4’ 중 누구라도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으며 자신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데바요르와는 호흡이 잘 맞는 공격듀오라며 두 명의 스트라이커에게는 좋은 협력체제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자신감과 유로 2008에서 보인 좋은 활약으로 사기마저 충전된 판 페르시의 이런 호기는 기록을 통해서도 단순한 호언장담이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 2년간 리그 경기만을 놓고 볼 때 아데바요르는 65경기에 나와 32골을 기록했고 판 페르시는 37경기에서 18골을 기록해 각각 경기당 0.49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아데바요르-판 페르시 조합이 총 102경기에서 50골을 넣은 것으로 경기당 역시 0.49골을 기록했음을 보여준다. 이 듀오는 두 경기당 한 골 정도는 넣을 수 있는 득점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맨유의 호날두와 루니를 제외한다면 빅4중 두 번째로 높은 결정력을 보인 공격 파트너십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더블에 빛나는 디펜딩 챔피언 맨유에는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다. 지난 시즌 득점왕 호날두가 잔류를 선언했지만 부상으로 시즌 초반 출장이 힘들다는 점이다. 호날두는 지난 2년간 68경기에 나와 48골을 기록해 경기당 0.71골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빅4중 두 번째로 높은 득점력을 지닌 토레스의 0.55골을 크게 앞선다. 지난 시즌에만 경기당 거의 한 골 정도를 넣은 호날두와 짝을 이뤄 상대적으로 조용했다는 평가를 받은 루니는 63경기에 26골로 경기당 0.41골을 기록해 여전히 파괴력 있는 스트라이커임을 입증했다. 따라서 이 둘의 공격력은 빅4는 물론이고 EPL전체 공격수 조합 중에서도 단연 발군으로 경기당 0.56골로 최고의 득점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호날두가 없는 맨유를 상정한 테베스 플러스 루니 조합은 경기당 0.38골로 빅4중 유일하게 경기당 0.4골 이하를 기록해 최하위로 크게 처지게 된다. 지난해 준우승만 더블한 첼시의 경우는 역시 스트라이커들의 득점력에 다소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드록바는 54경기에 28골로 경기당 0.52골 그리고 아넬카는 32경기에 11골로 0.35골을 기록해 이 듀오의 경기당 득점력은 0.45골로 빅4중 최하위이다. 다만 최근 아넬카가 프리 시즌에서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시즌 전망을 밝게 하고 있는 점이 다행이라 하겠다. 맨유와 첼시의 2강 구도를 깰 강력한 후보로 부상되고 있는 리버풀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는 로비 킨의 이적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주장 제라드가 오래 전에 벌써 이적시켰어야 할 선수라고 반긴 킨은 63경기에 26골을 넣어 경기당 0.41골로 맨유 루니 급의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킨과 짝을 이룰 검증된 골잡이 토레스는 69경기에 38골을 기록해 경기당 0.55골로 호날두를 제외한다면 최고의 골 결정력을 보여 주고 있다. 리버풀이 이번 시즌 EPL 챔피언에 등극할 호기를 잡았다고 보는 이들은 토레스 플러스 킨 조합이 경기당 0.48골을 기록했다는 점보다 이미 머시 사이드의 영웅이 된 토레스가 토트넘 시절 기복없는 꾸준한 득점력을 보인 킨과 찰떡궁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이번 시즌에서 빅4내에서 맨유, 첼시에 도전할 3강으로 리버풀을 꼽고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아스널을 1약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요크=전홍석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