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과 포항. 참으로 질긴 악연이다. 이번 FA컵 8강 대진표가 결정됐을 때 성남 관계자들은 울상을 지은 반면, 포항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어렵겠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웃었다. 압도적 열세의 역대 전적을 떠나 성남의 시련은 작년 말부터 본격 시작됐다. 2007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은 정규리그를 제패하고도 5위 포항에 2연패해 우승컵을 놓쳤고, 올해 첫 대결인 5월 3일 K리그 8라운드에서는 수비수 김영철의 자책골로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9월27일 20라운드 원정 경기에선 1-2로 역전패했다. 더 쓰라린 것은 포항에 패할 때마다 늘 팀이 상승세였다는 점이었다. 첫 패배 당시 성남은 4승3무로 잘 나가고 있었고, 두 번째 패배 때는 10경기 연속 무패(8승2무)를 이어간 시점이었다. 한번 엮인 악연의 사슬은 다른 대회까지 이어졌다. 컵 대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은 0-1로 또 무너졌고, 2군 리그 4강에서도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졌다. 그나마 성남이 기대하는 것은 이번 FA컵 승부를 펼치는 시기가 최근 1무2패의 하향세라는 점. 역설적이지만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는 점에서‘승리의 꿈’을 꿀 수 있는 게 아닐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