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울고 싶은 날이에요.” 초속 6m의 강풍 앞에 맥없이 무너지며 줄줄이 오버파 스코어를 낸 여자 골퍼들의 외마디다. 21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골프장(파72·627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DT캡스챔피언십(총상금 3억원, 우승상금 6000만원) 1라운드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단 세 명에 불과했다. 오안나(19)가 2언더파 70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고, 이보미(20·슈페리어)와 임지나(21·FnC코오롱)가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63명의 선수들은 오버파 스코어에 눈물을 곱씹었다. 올 시즌 5승을 챙기며 확실한 2인자로 올라선 서희경(22·하이트)은 경기 종료 뒤 “울고 싶었어요”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몰아친 바람 탓에 전반 9홀에서만 무려 19개의 퍼트를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바람이 강했으면 “9번 아이언으로 올릴 수 있는 130야드 거리에서 5번 아이언을 꺼내들어 겨우 온 그린에 성공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서희경은 버디를 2개 밖에 잡아 내지 못하고 보기 6개에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해 6오버파 78타(공동 26위)로 험난했던 1라운드를 마쳤다. 1라운드 단독 선두에 나선 오안나도 바람 때문에 힘든 하루였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7번 아이언을 쳐야 하는 거리에서 4번 아이언으로 쳐서 그린에 올려야 할 정도로 바람이 강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히 오안나는 제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덕에 바람을 이용한 샷으로 효과를 봤다. 초속 6m의 바람은 제주에서는 평균 정도에 불과하단다. “운도 많이 따랐다. 바람을 이용해 굴리는 샷을 많이 시도했는데 그런 샷이 핀에 가깝게 붙어 스코어를 줄일 수 있었다.”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선수들도 줄줄이 보기 행진을 벌이며 순위를 끌어 올리지 못했다. 김하늘(20·엘로드)은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5개에 트리플보기 2개를 마크, 10오버파 82타라는 치욕스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김하늘이 80대 스코어를 기록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시즌 2승을 기록 중인 홍란(22·먼싱웨어)도 수난을 면치 못했다. 1번과 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챙겨 상쾌한 출발을 보였지만 3번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면서 겉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14번홀(파3)에서는 4타를 더 치며 7타 만에 홀 아웃했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더블보기로 무너져 후반 9개 홀에서만 45타를 치는 수모를 당했다. 신인왕 경쟁 중인 최혜용(18·LIG)과 유소연(18·하이마트)는 3오버파 75타(공동 7위)와 7오버파 79타(공동 35위)를 기록해 최혜용이 한발 앞서 나갔다. 까다로운 코스에 겉잡을 수 없는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ADT캡스챔피언십 1라운드는 선수들에게 치욕적인 날로 기록됐다. 참가선수 66명 가운데 24명은 80대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프로의 체면을 구겼다. 2명은 아마추어에서나 볼 수 있는 90타대 성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서귀포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