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를춤추게만든유재학의‘칭찬리더십’

입력 2008-12-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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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 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울산 모비스의 사령탑 유재학(45) 감독이 달라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헤어 드라이어’라고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처럼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지도하던 그가 이번 시즌에는 자주 웃는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도 나누고, 심지어(?) 승리의 세리머니까지 연출하고 있다. 모비스 관계자들은 “감독님이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세리머니는 쇼킹할 정도다”라며 놀라고 있다. 유 감독은 지도 스타일의 변신에 대해 “3년 전 어머니로부터 받은 책이 날 바꿨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을 받았다. 책을 읽은 뒤에도 스타일은 쉽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가 변신을 결정한 이유는 애제자 김효범 때문이다. 유 감독은 “효범이는 내가 웃는 얼굴로 대하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한다. 우리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질책보다 칭찬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유 감독의 변신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모비스는 김효범과 함지훈을 제외한 김현중, 천대현, 우승연, 브라이언 던스톤, 오타디 블랭슨 등 대부분이 다른 팀에서 오거나 KBL을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이다. 유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탄탄한 조직력은 중하위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던 팀의 성적을 상위권으로 올려놓았다. 이런 평가에 대해 유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 감독은 “지금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팀이 아직 정상궤도에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그런 뒤 유 감독은 상위권 유지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했다. 그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우리 목표는 여전히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며 “2라운드에서 예상보다 많은 승수를 쌓아서 조금 여유가 생겼을 뿐”이라고 ‘모비스 파란’을 애써 부인했다. 2007-2008시즌 유 감독은 감독 부임 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양동근 등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2006-2007시즌 우승팀 모비스는 9위로 추락했다. 마음고생이 심할 수 있었지만 유 감독은 “지금보다 그때가 더 마음이 편했다”라고 회고했다. 어차피 성적 하락이 예상됐고, 선수들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한 시즌을 투자했다는 설명이었다. 그 시간을 통해 모비스가 다른 팀으로 바뀔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미국 LA 인근에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 유 감독.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뒤 부상으로 쉬었던 1989-1990시즌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트에 있었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계속해서 농구공과 함께 했다. ‘쉬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 감독은 “농구가 여전히 재미있다. 감독을 10년 했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여전히 배고프다’라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런 열정이 있기에 유 감독은 프로농구 감독 최고 연봉을 받으며 명장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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