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랭킹1위이세돌의휴직파문

입력 2009-06-2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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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사진제공 |타이젬

한국 바둑랭킹 1위 이세돌의 휴직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프로기전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한국기원(이사장 허동수), 그리고 이세돌을 표결에 붙여 ‘뭔가 손을 봐줘야 한다’고 압도적인 의견을 모은 프로기사회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는가 하면,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며 그 동안 이세돌이 보여 온 행태에 대해 나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최근 수상한 소식을 접했다. 이세돌 9단의 매니저격인 친형 이상훈 7단이 한국기원 측과 면담을 가졌는데 이후 이7단이 한국기원에 “이 수모는 잊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면담이 있은 며칠 뒤 이세돌은 휴직계를 냈다.

이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날 이상훈 7단과 면담을 한 사람은 한국기원의 H실장이었다. 면담에서 H실장은 “이대로는 한국기원과 이세돌 개인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팬들과 프로기사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이세돌 9단이 진정 이기는 길”이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상훈 7단은 “파장이 커질 수 있어 면담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위의 내용 외에 이야기가 더 있었으며, H실장의 본의야 어떻든 (우리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말했다.

H실장은 “일이 이렇게 된 데 대해 무척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7단은 현 상황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겉돌고 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이세돌 9단이 이번 사태를 거치며 마음에 큰 상처를 얻게 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기원과 언론은 단순히 한국바둑리그와 시상식 불참, 중국리그 참가에 따른 5%%의 기금 납부거부 등 ‘껍질’만을 보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금은 그런 ‘일’의 차원이 아니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이7단은 “결국 시간만이 약”이라고 했다. 최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한국기원 한상렬 총장 역시 ‘세월이 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입을 모아 ‘시간이 약’이라 말하고 있지만 현 상황은 달력만 쳐다보고 있을 여유는 없는 것 같다. 불붙은 도화선은 7월 2일로 예정된 한국기원 이사회를 향해 빠르게 타들어가고 있다.
진짜 우려되는 일은 그 폭발력이 어느 정도일 것이며, 얼마나 큰 후폭풍을 동반할 것인지를 현재로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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