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 본 ML 포스트시즌] 리 완벽투… 필라델피아 기선제압!

입력 2009-10-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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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제구… 비자책점 무4사구 완투

양키스 6-1로 잡고 WS 1승 선착

어틀리 연타석 홈런…사바시아 울려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NBA 챔피언십시리즈, NFL 슈퍼볼 등의 큰 경기 때면 선수들 간의 이른바 ‘트래시 토크(trash talk)’로 통하는 장외 신경전과 함께 시리즈가 시작된다.

29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격수 지미 롤린스가 뉴욕 양키스에 선전포고를 했다. 전날 밤 방영된 NBC의 유명한 제이 레노 쇼에 출연해 경기 전망에 대해 “우리가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우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5차전에서 시리즈가 끝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날 아침 뉴욕 데일리뉴스의 헤드라인은 롤린스에 대한 반격이었다. ‘입 닥치게 해라(SHUT HIM UP!)’라는 매우 자극적 제목을 뽑았다. 이렇게 장외설전으로 2009 월드시리즈는 막을 올렸다.

1차전 결과는 필리스의 6-1 압승이었다. 양키스로서는 1차전 패배로 일단 홈구장 이점은 없어졌다. 롤린스의 호언대로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시리즈가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시리즈를 롱(long) 시리즈로 예상하고 있다. 6차전 또는 7차전에서 양키스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4년 이후 4승으로 끝난 경우가 3차례, 4승1패로 마감된 적이 2차례 등 최근 월드시리즈는 명승부와는 거리가 먼 쇼트(short) 시리즈로 막을 내렸다.

필리스의 1차전 승리의 수훈갑은 3번타자 체이스 어틀리와 선발투수 좌완 클리프 리다.

양키스 좌완 에이스 CC 사바시아와 리의 맞대결은 ‘로케이션’에서 승패가 갈렸다. 투수에게는 로케이션이 구속보다 더 중요하다. 특히 사이영상을 수상한 특급 투수들끼리의 투수전에서는 볼 하나에 승부가 갈리는 법이다. 선 실점은 사실상 패배다.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소 부진했던 어틀리는 1회부터 사바시아를 괴롭혔다.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유인구에 속지 않고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 볼넷으로 포스트시즌 최다 26연속경기 출루 기록을 세웠다. 사바시아는 1회에 실점하지 않았지만 2사 후 어틀리에게 볼넷, 라이언 하워드에게 2루타 등을 내주고 만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3회 2사 후 어틀리는 볼카운트 2-3에서 가운데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치우친 낮은 152km짜리 직구를 통타해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6회에는 볼카운트 2-0에서 구속도, 코스도 똑같은 볼을 노려 우중간 1점홈런을 추가했다. 사실상 승부는 어틀리의 2번째 홈런(연타석)으로 끝난 셈이다.

좌타자 어틀리는 월드시리즈 사상 1928년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으로 양키스타디움에서 좌완으로부터 2개의 홈런을 날린 주인공이 됐다.

사바시아가 허용한 홈런이 결코 실투는 아니다. SK 채병용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KIA 나지완에게 내준 끝내기 홈런은 실투다. 몸쪽 높은 공이니까.

사바시아의 볼은 낮았다. 그러나 로케이션이 좋지 않았다. 첫 번째는 양키스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바깥쪽을 요구했고, 두 번째 홈런 때는 볼카운트가 유리해 완전히 빼는 높은 볼을 유도했다. 두개의 볼이 모두 포수의 요구대로 꽂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비해 리는 포수 카를로스 루이스의 미트가 가는 대로 볼이 제구됐다. 사실상 완봉승을 거둘 수 있었으나 9회말 유격수 롤린스가 더블플레이를 시도하면서 1루에 악송구를 해 비자책점 무4사구 완투승으로 끝났다.

리는 양키스 4번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 3개, 3번타자 마크 테셰라 2개 등 양키스 강타선을 맞아 10개의 삼진을 뽑았다. 구속은 사바시아에 비해 평균 6km 정도 뒤졌지만 정확한 로케이션으로 양키스 타선을 잠재웠다.

양키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처음으로 홈에서 패했다. 리는 직구, 체인지업, 커트패스트볼, 커브 등을 완벽하게 제구하면서 올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3승, 방어율 0.54를 마크하며 ‘언히터블 피처’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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