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구를 가리는 공을 훌쩍 넘겨 치는 점프 샷. 이장수 감독(오른쪽)과 차유람(왼쪽)의 도움에도 수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고양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구촌 돌며 당구수업…내년 亞게임 금메달 겨냥
2006년 9월. 잠실 롯데월드에서 열린 ‘트릭샷 매직 챌린지’ 결승. ‘독거미’ 자넷 리(38)와의 일전으로 차유람(22)은 일약 스타가 됐다. 실력은 물론, 귀여운 외모까지 유명세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2006도하아시안게임의 부진으로 차유람은 “거품”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실력보다 얼굴로 떴다는 말이 수치스러웠어요. 사실이었으니까요.” 성적과는 관계없이 자신에게 사인을 해달라는 팬들. 대만과 베트남 등에서도 그녀는 ‘얼짱스타’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괴감은 더 커졌다. 결국 운동을 그만 둘 결심까지 했다.
“다시 일어서야만 했어요. 만약 그만둔다면, 차유람은 영원히 얼굴만 예쁜 선수로 남는 거니까요.” 2007년부터 미국과 독일을 돌며 세계적인 지도자들에게 수업을 받았다. 그 성과가 2008년 US오픈 3위. 프로필에 당당하게 적을 만한 첫 번째 성적이었다. 차유람은 지금도 대표팀의 정해진 스케줄 이상을 소화한다. 대표팀 이장수(52) 감독이 “이렇게 독한 선수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
그녀의 최대강점은 배짱이다. 독감에 시달려도, 경기 중 매너 없는 관중들의 플래시가 터져도, 차유람은 “장애들이 나를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 외모에 대한 수군거림에도 무덤덤하다. “이제 저 얼굴만 예쁜 선수는 아니에요.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외모에 대한 짐을 내려놓은 그녀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겨냥 하고 있었다.
고양|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