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축구 플레이오프 포항스틸러스 대 성남일화 경가가 29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렸다. 성남 정성룡이 포항 유창현의 공격에 앞서 볼을 잡아내고 있다. 포항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정성룡 육탄저지 ‘환상 방어’…성남 챔프행 일등공신
막고, 막고, 또 막았다. 넘어지면 일어섰고, 또 넘어졌다. 말이 필요 없었던 명승부.힘겨운 혈투 속에서 성남을 K리그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일등공신은 골키퍼 정성룡(24)이었다.
2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은 정성룡의 수많은 선방과 몰리나의 결승골에 힘입어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몰리나는 가장 먼저 정성룡을 찾았다. 하이파이브를 나눈 직후 끌어안은 그들을 바라보며 본부석에서 안절부절 못했던 성남 박규남 사장의 눈가에도 작은 방울이 맺혔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올레KT 맨 오브 더 매치’의 주인공 역시 정성룡.
아무리 잘해도 본전에 불과한, 단 한 번 실책에 패배의 모든 멍에를 뒤집어 써야하는 가장 고독한 포지션. 경기에 앞서 정성룡은 “왠지 감이 좋다. 초반 두어 번 상대의 슈팅을 막을 수 있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호언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어린 나이지만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됐고, 성남이란 빅 클럽의 주전 자리를 지켜온 그였기에 할 수 있는 당찬 발언이었다.
이날 막강 화력을 내세운 포항은 전·후반을 통틀어 무려 28개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정성룡의 거미손 방어와 수비의 육탄 공세에 내내 막혔다.
반면, 성남의 슈팅은 포항의 절반이 채 안된 10개에 그쳤다. 그래도 정확도에선 성남이 유효 슈팅 6개로 4개에 그친 상대보다 우위를 점했다.
사실 포항전은 정성룡에게 아주 특별한 경기였다. 불과 2년 전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친정팀이기 때문.
포항 골문을 책임진 신화용(26)과는 한솥밥을 먹으며 엎치락뒤치락 주전 경쟁을 펼쳤었다. ‘GK 로테이션’이란 신조어도 당시 포항 파리아스 감독의 작품이었다.
정성룡은 올 시즌 우승을 예감하고 있다. 인천과의 6강PO에서 그는 연장전까지 120분 혈투를 펼치고 승부차기 직전, 김용대와 장갑을 내줬다.
2007년 포항이 6강부터 착실히 과정을 밟아나가며 K리그 트로피를 품에 안은 당시에도 정성룡은 경남과 6강PO에 주전으로 나서고 승부차기 때 신화용과 교체된 기억이 있다.
혹자는 정성룡에게 “시야가 넓고 판단력은 뛰어나도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그는 인정할 수 없다. “제대로 공이 들어오는 날이 있다. 바로 오늘 경기가 그런 날이었다. 이제 딱 2경기 남았다. 왜 성남이 성남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
포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