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70%…‘내겐 너무나 먼 2m’

입력 2009-12-1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쇼트 게임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최상호. 하지만 그도 2m짜리 퍼트를 실패해 최고령, 최다 우승 신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쇼트 게임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최상호. 하지만 그도 2m짜리 퍼트를 실패해 최고령, 최다 우승 신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2009필드선 이런 일이…2m 퍼트의 저주
최상호 최고령 우승 대기록 ‘물거품’…강성훈 다잡았던 첫승…연장서 놓쳐
프로를 웃게 만드는 건 짜릿한 퍼트다. 마지막 18번홀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버디 퍼트 한방은 갤러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프로를 울게 만드는 것도 퍼트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빗나간 퍼트는 두고두고 한이 된다. 올 시즌 2m의 저주에 눈물을 삼킨 프로들이 많다.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최상호(54·캬스코)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화려한 쇼트게임을 바탕으로 국내 43승을 따낸 최고의 골퍼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으며 ‘쇼트게임의 마술사’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그다. 그런 최상호가 짧은 2m 퍼트에 눈물을 곱씹었다. 30년이 넘는 골프인생 동안 수도 없이 많이 해왔을 2m 퍼트를 놓치면서 최고령, 최다 우승 신기록을 눈앞에서 놓쳤다. 지난 4월 12일 경남 김해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최종 4라운드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최상호는 3라운드까지 2위에 3타 앞서 있어 2005년 자신이 세웠던 최고령 우승(50세 4개월 25일)과 통산 최다승 기록(43승) 경신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다. 17번과 18번홀에서 잇따라 2m 남짓의 짧은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을 놓쳤다. 백전노장의 실수에 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어느새 노장 대열에 합류한 김희정(39)도 지난 6월 19일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최종 3라운드에서 2m 거리의 짧은 퍼트를 놓쳐 10년 만의 우승 기회를 날렸다. 딸 같은 후배 유소연(19·하이마트)에 1타차 뒤졌던 김희정은 반드시 이 퍼트를 넣어야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10년 만에 찾아온 우승의 부담 때문이었는지 그는 이 퍼트를 놓쳤고, 하늘을 보며 아쉬움을 토했다.

지난해 KPGA 투어 신인왕의 주인공 강성훈(22·신한은행)도 짧은 퍼트를 놓쳐 첫 우승의 기회를 날렸다. 강성훈은 4월 26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연장전에서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쳐 통차이 자이디(태국)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이 홀에서만 두 차례 퍼트 실수를 하며 다 잡았던 우승컵을 빼앗기는 불운을 맛봤다.

골프로 밥을 먹고 사는 프로들도 2m 퍼트에 성공할 확률이 70%%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눈 감고 쳐도 들어갈 것 같지만 막상 긴박한 상황에서는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연습밖에 없다. 프로들이 연습 그린에서 몇 시간씩 보내는 이유도 이런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