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송년 인터뷰 “가장 큰 적은 거만함”

입력 2009-12-24 17: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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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스포츠동아DB

“오히려 시즌 때가 더 나은 것 같아요. 요즘에도 하루에 4~5개씩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2009 시즌 미 LPGA 투어 신인상과 다승왕을 휩쓴 신지애(21·미래에셋)가 올 시즌을 되돌아보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1월 3일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지만 유명세 탓에 정신없이 바쁜 일정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 신지애는 “요즘에는 길을 가다가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 고개를 숙이고 다닐 때가 많아졌다”며 쑥스러워했다.

“평생 단 한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상을 탄 것이 가장 값진 상이었다. (2009년은) 굉장히 만족한 시즌이다. 결과로 보면 100점 만점에 100점 이상을 달성한 한해였다. 그러나 경기 하나하나를 생각하면 70점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3년 간 국내에서 했던 것보다 기복이 심하고 실수가 많았다”고 2009년을 정리했다.

실수가 많았던 점에 대해 “골프란 아무리 연습하고 잘한다고 해도 100% 잘할 수 없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 트러블 샷 등 기술이 늘어 70%가 됐다고 본다. 하지 말아야할 실수가 아직도 나오는데 연습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 한국에서 있을 때는 하루 10시간 씩 연습할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4~5시간 밖에 못한다. 연습이 부족하면 중요한 순간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올해 가장 아쉬움이 남는 일로는, 올해의 선수상을 1점차로 빼앗긴 것과 메이저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꼽았다.

시즌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1위에 올랐지만,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역전을 허용했고, 메이저 대회에서는 LPGA 챔피언십 3위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8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신지애의 이름값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아쉬움은 신지애를 좀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가장 큰 적은 거만함이다. 스스로에 대한 거만함과 자만심을 주의해야 한다. 올 초 개막전에서 컷 탈락하고 마지막에 올해의 선수를 1점차로 놓치면서 자만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다.

“거만함이란 정신적인 면이다. 훈련에 임하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골프는 90%의 기술이 있어도 10%의 멘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며 정신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체력 훈련으로 비거리 극복 자신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신지애는 내년 시즌 목표 달성을 위해서 6주 동안 강도 높은 훈련 일정을 세웠다.

일단 내년 시즌을 위해서는 체력 보강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기르면 비거리 회복도 어느 정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애는 “스윙 부문에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의 스윙을 유지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줄어든 비거리 회복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올 겨울 동안 훈련하면 약 10야드 정도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활약할 때만해도 그린을 공략할 때 9번 아이언을 사용하는 횟수가 많았지만, 올해는 7번이나 5번 아이언을 자주 쓸 정도로 바뀌었다. LPGA의 코스가 국내에 비해 긴 것도 있지만 비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대회 중 일어났던 재미있는 사건으로 예를 들었다.

“460야드의 긴 파4홀에서 로라 데이비스와 함께 플레이했는데, 데이비스는 티 샷 후 4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리더니 나에게 ‘어떻게 파4 홀에서 4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게 만드냐’며 주최 측의 긴 코스 세팅에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때 3번 페어웨이 우드로 그린에 올리지 못해 웨지를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두 번째는 샷 컨트롤 향상이다.
전지훈련 장소를 미국이 아닌 호주로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호주는 페어웨이와 그린이 딱딱한 편이어서 샷 컨트롤 연습에 제격이다.

신지애의 훈련을 도울 스태프도 모두 호주 출신의 코치들로 구성됐다.
내년 시즌부터 새롭게 적용될 클럽의 그루브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러프에 잘 빠지지 않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더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투어 일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확정했다.

미국 LPGA 투어는 25개 중 23개의 출전 계획을 세웠다. 일본과 국내 대회에서 한 차례씩 출전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국내 팬들을 생각하면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싶지만 팬들도 미국에서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더 많이 바라고 있을 것이다. 많이 근접해 있기 때문에 국내보다 미 LPGA 투어에 전념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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