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기자의 베이스볼로그] 김응룡-김성근의 ‘무승부=패배’ 신경전

입력 2010-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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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의 명장 빅3 나가시마 시게오 전 요미우리 감독, 오 사다하루 전 소프트뱅크 감독,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감독은 절묘하게 한국야구의 명장 빅3 김응룡 삼성 사장, 김인식 한화 고문, 김성근 SK 감독과 비견됩니다. 나가시마와 김 사장이 주류로서 한일 프로야구를 국민적 인기스포츠로 만든 주역이라면 맞수로서 대립각을 세운 쪽이 노무라와 김 감독이겠죠. 노무라가 “나가시마가 해바라기라면 나는 달맞이꽃”이란 말을 남겼듯 김 감독은 음지인론(김 사장은 양지인)을 설파했지요. (이밖에 오 사다하루와 김 고문은 한일야구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국민감독으로 추앙받는데서 공통분모를 갖지요.)

KBO의 무승부=패배 존속 발표와 막후 과정을 취재하면서 김응룡-김성근의 전쟁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끝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장들이 4:4로 갈라지자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김 사장의 발언이 무게감을 갖게 됐답니다. 그리고 김 사장은 “1년 만에 바꾸는가? 야구팬들이 좋아했다”란 근거로 무승부=패배 고수를 주장했고 분위기는 급속히 쏠렸습니다. 4:4였음에도 총재의 판단을 구하지 않은데서 김 사장의 영향력이 새삼 확인되네요. 이 결정에 대해 가장 선명한, 그리고 격렬한 비판은 일본 고지에서 전훈을 지휘중인 김 감독에게서 나왔습니다. “잘못된 줄 알았으면 1년만이라도 바꿔야 된다. SK의 유, 불리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느 사장은 “김성근의 현장이 있다면 로이스터의 현장도 있고, 김응룡의 현장도 있다”라고 했다네요. 이에 맞서 김 감독은 “모든 사장은 똑같이 8분의 1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의도와 무관하게 김 사장과 김 감독이 다른 무대에서 서로를 겨냥한 셈이 됐지요. 둘의 연장전은 무제한 이닝 같습니다.

#이 사이에서 난처해진 쪽이 SK 프런트입니다. SK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했는데 이것이 찬성 묵인으로 오도될 소지를 주자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오죽 답답했던지 SK 신영철 사장은 “컵이라도 던지고 나왔어야 됐나요?”라고 하소연하더군요. 발표 직후 민경삼 단장은 직접 김 감독에게 보고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하네요.

#아울러 신 사장은 이상일 KBO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향후 이사회는 한국야구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실무적인 부분은 단장회의를 공식화해서 진행하자’는 취지였답니다. 표면적으론 무승부=패배 규정, 이면적으론 김응룡-김성근의 보이지 않는 전선이 프로야구 행정 프로세스의 변화까지 불러올지도 모르겠네요.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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