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클러치슈터 코비 브라이언트

입력 2010-02-01 15: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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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클러치히터는 상대적이다. 투수가 고의4구로 승부를 회피할 경우 클러치히터는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나 농구는 다르다. 경기 종료 전 팀에서 슛이 가장 좋은 선수에게 볼을 돌린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4쿼터에 유난히 클러치슈팅이 많았던 까닭도 동료들이 볼을 잡으면 무조건 양보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도 충분한 기회는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고 조던은 성공했다. 승부처에서 정상적인 슛을 날리는 선수가 결국은 클러치슈터다.

조던은 NBA 플레이오프 및 파이널에서 클러치슈팅의 대미인 버저비터를 2차례나 날렸다. 1997년 유타 재즈와의 결승 1차전에서 마크맨 바이런 러셀을 제치고 미들슛을 터뜨린 버저비터 장면은 역대 최고로 꼽힌다. 시카고는 조던의 버저비터로 84-82로 승리를 거둬 통산 5번째 NBA 정상을 차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NBA 현역 최고의 클러치슈터는 누가 뭐래도 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32)다. 레이커스 팬들은 브라이언트가 조던과 비교해 전혀 뒤질 게 없다며 ‘농구황제’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도 우승반지를 4개 갖고 있고, 정규시즌 MVP와 파이널 MVP를 차지해 웬만한 경력은 갖췄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꼽는다. 지난달에는 최연소로 2만5000점 클럽에 가입했다. 종전 기록은 월트 챔벌레인으로 4개월 가량 앞당겼다. 하지만 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레이커스 팬들은 올해 브라이언트가 터뜨린 3차례의 경기 종료 버저비터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조던도 현역 시절 한 시즌에 3차례 버저비터를 성공한 경우는 없다. 브라이언트는 2009~2010시즌 드웨인 웨이드의 마이애미 히트(108-107), 밀워키 벅스(107-106 연장전), 새크라멘토 킹스(109-108 3점슛)를 상대로 버저비터를 성공했다.

브라이언트의 클러치슈팅은 1일(한국시간) 보스턴의 TD가든에서 벌어진 영원한 라이벌 보스턴 셀틱스전에서 또 한번 위력을 떨쳤다. 88-89로 뒤진 경기 종료 7초 전 정면 미들슛을 성공시켜 팀을 90-89 승리로 이끌었다. 보스턴 레이 앨런의 마크로 슛 밸런스가 흐트러졌지만 손을 떠난 볼은 골망을 갈랐다. 보스턴은 7초를 남긴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 기회를 가졌지만 앨런의 외곽슛이 빗나가 홈에서 1점차로 패했다. 레이커스는 서부 콘퍼런스 최고 승률(0.771) 37승11패를 마크했고, 보스턴은 29승16패로 주저앉았다.

브라이언트는 이날 보스턴의 집중수비로 수차례 슛을 놓쳤다.(20개 중 8개 성공) 평균득점(28.2)에도 훨씬 못 미치는 19점에 그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클러치슈터는 승부처에서 슛으로 모든 것을 말했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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