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17년간 백업… 내 목표는 1군서 가장 적게 뛰는 것”

입력 2010-02-0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18번째 시즌 맞는 영원한 ‘LG맨’ 포수 김 정 민
데뷔후 주전도 억대연봉도 없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누빌수 있어 감사할 뿐

포수가 희생해야 강팀 만들어져
올시즌 달라진 조인성 보게될 것

작년 우승 후 펑펑 울던 친구 이종범
아… 이번엔 나도 한번 울고 싶다!

LG 김정민은 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선수다. 그는 데뷔후 17년 동안 주전으로 뛴 적도 없고 남들처럼 억대연봉을 받은 적도 없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했고 노력하는 그의 자세는 항상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김정민이 데뷔후 18번째 시즌을 맞는다. 한팀에서 18번째 시즌을 맞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화에서 은퇴한 장종훈이 19시즌을 뛰었지만 장종훈은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김정민과는 성격이 다르다. 영원한 LG맨 김정민,그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포수는 투수의 매니저다

김정민은 포수를 한마디로 ‘투수의 매니저’라고 표현했다. 투수가 어떻게 하면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게 포수가 가져야 할 첫번째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에서 투수와 포수의 신뢰관계가 생기고 좋은 피칭도 나올 수 있다는 것. 강팀을 만드는 첫번째는 희생하는 포수의 존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정민은 올해 LG에서는 조인성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이병규와 이택근의 영입으로 공격력이 대폭 강화됐지만 승부는 역시 마운드의 싸움. 그는 조인성이 이제까지 했던 것 두배 이상의 노력으로 상대전력을 분석하면서 투수와의 신뢰관계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인성이에게 변하지 않으면 이대로 끝이라고 했어요.올해는 조인성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LG의 미래는 밝다

7년 연속 4강진출에 실패한 LG는 올해 8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고 있다. 김정민은 “다른 팀 전력도 강해 솔직히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해보다 희망은 크다”고 이야기 한다. “2000년대 들어 LG는 간판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지 않았다”며 젊은 선수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쳤고 팀성적과 직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에 입단한 젊은 선수들이 상당히 좋은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들이 LG의 미래라고 했다. 2008년 입단한 정찬헌, 이형종, 이범준 지난해 입단한 한희, 올해 입단한 신정락 등이 주인공이다. 특히 정찬헌, 이형종, 이범준, 한희는 친구 사이면서 경쟁의식이 치열해 과거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의 경쟁구도를 느끼게 한다고 했다.

포수 김태군에게도 김정민은 높은 점수를 준다.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죠. 얼마나 하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김태군은 시키는대로 묵묵히 다 해낸다. 아무리 힘들어도 불평이 없다. “다 저 잘되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을 편히 모실 겁니다.” LG 젊은 선수들의 공통점은 왜 야구를 하는지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김정민이 LG의 미래를 밝게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이형종! 포스가 느껴진다

야구는 투수싸움이다. LG는 젊은 투수들이 올해 어떻게 던져주느냐가 팀성적과 직결된다. 2008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이형종은 3년만에 처음 1군마운드에 선다. 김정민은 이형종에게서 포스가 느껴진다며 “공빠르기와 슬라이더의 각도가 수준급”이라고 치켜세웠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에이스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선수라며 “부상변수만 없다면 제몫을 할 것”이라고 평했다.

김정민은“정찬헌은 빠른 커브가 좋다. 아직 자신의 능력을 잘 모르고 있다”며 중간에서 팀의 기둥이 될 선수라 했고 이범준은 “멘털 능력이 가장 좋다”며 투구 밸런스를 빨리 찾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한희는 커브와 볼끝이 좋아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선발투수감이고 신인 신정락은 사이드암이면서 볼이 150Km에 육박해 서클체인지업이나 싱커를 익힐 경우 팀에 큰 도움을 줄 선수라고 했다. 김정민은 젊은 후배들에게 이야기 한다.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너희들에게 있다.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에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싸워라!”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프로에 입단할 때 그의 꿈은 ‘최고포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데뷔후 한해도 주전으로 안방을 차지하지 못했다. 100경기 이상 뛰어본 적이 2000년 딱 한번 뿐. 언제나 조연이었다. 김동수(히어로즈 코치)라는 걸출한 포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2000년 김동수가 삼성으로 이적한 뒤에는 조인성이 주전이었다. 한때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시켜달라고 요청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게 내 운명이구나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야구가 재미 있더라구요.”

2007년 1년 동안 구단프런트 수업을 받으며 코치연수를 하던 그는 2008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주전은 아니지만 한 팀에서 18년째 선수로 뛰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입니다. 아직도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고맙구요.”


○야구와 가족,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

김정민은 항상 그라운드 아니면 가족곁에 있다. 취미를 물었더니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스프링캠프와 시즌 중에 함께 있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다며 여유가 있으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1997년 결혼한 뒤 1년에 한번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자는 약속도 잘 지키고 있다.

매일 감사하는 기도를 하는 것도 김정민의 중요한 일과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어떤 환경, 어떤 순간도 즐겁게 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죠.” 17년동안 김정민은 696경기에 나가 331안타, 14홈런, 142타점을 올렸다. 남들은 대단치 않게 볼지 몰라도 야구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궈낸 소중한 기록이다.


○야구장에서 울 수만 있다면….

지난해 5월 아킬레스건 수술을 한 김정민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친구야! 나이 마흔에 우리에게 한 경기 한 경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고맙냐. 힘내라.” 현역 유일한 친구인 KIA 이종범이었다. 그 이종범이 울고 있었다. 한국시리즈 7차전이 끝난 뒤 TV안에서 이종범은 많이 울고 있었다.

“종범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리고 왜 그렇게 부러운지….” 그날 이후 자신도 야구장에서 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를 상상했다고 한다. “후배들이 잘해서 제가 유니폼을 벗기 전에 야구장에서 울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매일,매일 배웁니다

김정민은 후배들에게 정신적으로 귀감이 되는 선수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배움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순간들이 발전을 가져다 준다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한다. 5월 1군복귀를 목표로 재활훈련 중인 그는 “후배들이 힘들 때 힘이 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자신이 1군에서 경기에 나가는 것은 조인성과 김태군이 잘 안풀리고 팀이 좋지 않은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며 1군에서 경기를 가장 적게 나가는게 두번째 목표라고 했다. 김정민은 선수보다는 지도자로서 더 기대가 되는 선수인지도 모른다.

그는 주전이 아니면서도 18년을 한 팀에서 뛰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새로운 선수상을 보여줬다. 영광보다는 실패와 힘든 시절이 많았지만 꿋꿋하게 이겨낸 진정한 스타. 바로 김정민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