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EPL] 박수칠때 떠나고픈 퍼거슨 노쇠한 맨유에 메스를 댄다

입력 2010-04-15 17: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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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 스포츠동아DB

알렉스 퍼거슨. 스포츠동아DB

뮌헨에 한방 먹고 첼시에 또 당하고
올해 영광스런 은퇴 수포로 돌아가
황금시대 재현 여름 이적시장 겨냥
루니급 젊은 스트라이커 영입 올인


1986년부터 20년이 넘도록 맨유를 지휘해 온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일흔을 바라보는 그가 과연 언제 은퇴를 선언할 것인지 벌써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년이 넘는 황금시대를 마치는 가장 적당하고 훌륭한 방법은 우승 트로피와 함께 가장 영광적인 순간에 은퇴를 선언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빠졌다. 이번 시즌 맨유는 칼링컵 하나에만 만족해야 할 확률이 커졌다. 한 시즌에 치르는 수많은 경기 중 주로 신예들을 내보내며 비중을 가장 낮게 잡는 칼링컵 트로피는 퍼거슨 감독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아직 시즌이 끝난 건 아니지만 퍼거슨 감독은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 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사상 첫 리그 4연패 달성은 첼시에 밀려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무런 영광도 얻지 못한 퍼거슨 감독이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확률도 없어졌다.


●은퇴 대신 세대교체에



1990년대 드림팀이라 불리며 맨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베컴, 로이 킨, 에릭 칸토나,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가운데 아직 맨유에 남아있는 긱스, 스콜스, 네빌은 은퇴를 앞두고 있다. 그들에 이어 새로운 황금기를 이끌어갈 세대 개발이 중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특급 수문장 에드윈 판 데르 사르 역시 다음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것으로 보여 골키퍼 물색 작업도 한창이다. 퍼거슨은 판 데르 사르의 후계자로 마누엘 노이어(샬케), 이고르 아킨페프(CSKA 모스코바), 레네 아들러(바이엘 레버쿠젠), 휴고 로리(올림피크 리옹) 등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세대교체를 위해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을 노리는 퍼거슨 감독. 황금세대를 재현하기 위해 맨유가 보강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맨체스터이브닝뉴스’의 스튜어트 매티어슨 기자는 ‘맨유 분석’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맨유가 다음 시즌에 부활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정리했다.

먼저 중원의 보강이다. 위건에서 이적한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날이 갈수록 파워풀한 플레이로 팀 적응에 성공했다. 퍼거슨을 향한 불만 섞인 발언으로 미운털이 박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었던 나니는 1월부터 다시 출전 기회를 잡아 이전과는 다른 성실한 플레이로 퍼거슨과 팬들의 신뢰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들은 A급 플레이어의 자질이라 할 수 있는 꾸준함이 부족하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뛰어난 활약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너무도 조용할 때도 있다. 매티어슨은 “발렌시아와 나니 만으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줄 수가 없다. 프랭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라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그동안 리베리가 맨유 유니폼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힌트는 여러 차례 있어왔기에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리베리는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맨유를 만나 폭발적인 드리블로 골까지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에게 당한 퍼거슨이 과연 리베리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스트라이커 보강은 누구?

매티어슨이 꼽은 맨유가 보강해야 할 또 다른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다.

이번 시즌 루니를 내세웠던 맨유의 공격력은 성공적이었다. 그가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의 부상은 재앙이었고,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과 리그 우승컵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퍼거슨이 루니 한 명에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몰랐을 리는 없다. 실제로 그는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올림피크 리옹 소속이었던 카림 벤제마를 영입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레알 마드리드를 선택한 뒤 퍼거슨은 당시 자유계약 상태였던 마이클 오언과 사인했다. 오언이 잦은 부상으로 그렇게 쉽게 스쿼드에서 이탈할 지는 퍼거슨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베르바토프 역시 스트라이커로서의 인상적인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득점력 면에서는 오언과 베르바토프, 신예 웰백이나 마케다보다는 카를로스 테베즈가 더 적합했을 것이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 세계의 네트워크를 가동해 루니 급의 스트라이커 영입이 필요하다”고 매티어슨은 역설했다.

퍼거슨은 스트라이커 보강 차원에서 최근 멕시코 출신의 유망주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1)와 계약을 마쳤다. 전력 보강과 동시에 선수단 전체 연령을 낮추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스쿼드의 중요 자원 비디치, 에브라, 캐릭, 박지성도 이제 서른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지난겨울 리오 퍼디난드의 대체 자원으로 현재 풀럼 소속의 어린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20)을 영입했고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대거 유망주들이 영입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맨유는 안타깝게도 칼링컵 트로피만 품에 안고 끝낼 가능성이 크다. 은퇴가 가까워진 나이에 팀 리빌딩에 발 벗고 나선 퍼거슨 감독이 다음 시즌에 황금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

맨체스터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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