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덥수룩하게 자랐던 수염. 이제는 깎아야 할 때다. SK 김성근 감독이 5일 문학 넥센전 4회 1사 1루에서 선발 김광현이 흔들리자 수염을 만지며 마운드로 올라가고 있다. 패배를 예감이라도 한 걸까.
수염 사연 공개후 연승 핫이슈로
김광현 복귀 등과 겹쳐 관심 집중
넥센전 패한후 즉답 피해 궁금증
김성근 감독이 수염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 SK의 연승은 그저 숫자였다. SK는 2009년 정규시즌 끝까지, 이어서 2010년 개막 3연전까지 총 22연승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그에 비하면 16연승은 이슈가 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관심을 끄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데 천부적 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연승 중반쯤, 그의 턱밑은 허연 수염으로 뒤덮였다. 자연스레 그 이유를 질문받자 “대전에서 무심코 면도를 안 했는데 이기더라. 그 다음부터 수염을 안 깎았다”고 무심한 듯 흘렸다. 매스컴은 “질 때까지 수염 안 깎는다”로 대서특필했고, SK의 연승이 쌓일수록 뉴스 가치는 커졌다. 그 결말이 언제 날 것이며, 어느 팀 어떤 감독이 김 감독의 수염을 깎을지 예측할 수 없었기에 더 흥미진진했다.
더구나 SK는 16연승 기간에 한화(2)-삼성(3)-두산(2)-롯데(3)- KIA(2)-LG(3)-넥센(1) 등 7팀을 모조리 격파했다.
글로버∼카도쿠라∼송은범∼김광현의 고정 선발진은 16승 중 12승을 책임졌다. 마무리 이승호는 전 구단 상대 세이브 달성을 포함, 8세이브를 달성했다. 박경완은 포수 최초로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다. 카도쿠라는 7전 전승 행진을 이어갔고, 김광현은 연승의 최대고비였던 4월24일 문학 롯데전에서 조정훈과 붙어 완투승을 거뒀다. 5월1일 LG전은 팀 역대 최다득점(22득점) 기록을 세웠고, 2일에는 조동화가 생애 첫 9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SK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패배다. 선발 김광현(오른쪽)을 비롯한 SK 선수들이 5일 문학 넥센전에서 17연승에 실패한 후 침울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연승이 깨진 5일 넥센전까지 문학은 3번이나 매진될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개막전 만원까지 합치면 4번이다. 언젠가는 깨지리라 누구나 짐작했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닐 것’ 같았던 SK의 기세는 5일, 그것도 에이스 김광현이 등판한 날 깨졌다. 1-2 패배. 바로 전날 16연승을 했음에도 선수들의 해이해진 정신 자세를 질타했던 김 감독의 예감은 현실이 된 셈이다. 넥센 선발 번사이드의 역투에 밀려 안타 수에서도 4-11로 밀렸다.
16연승을 하고 1패 직후 김 감독은 “못 쳤다”라는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 곧바로 덕아웃을 떠났다. 화가 많이 난 표정이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수염을 깎을 것이냐는 질문엔 대답이 없었다. 결말까지 김성근다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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