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부부젤라 굉음 “아, 머리아파”

입력 2010-06-1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응원도구 둘러싼 설왕설래

한개당 소음 120dB…비행기와 같아
일부 팬들 “양봉장 온 것 같아” 불만
문화적 차이 “이해해야 한다” 반론도

월드컵 역사상 응원도구 하나가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의 전통악기로 알려진 부부젤라. 코끼리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는 이 응원도구는 개당 120데시벨의 소음을 만들어 낸다. 보통 기차 소리가 100데시벨, 자동차 경적 소리가 110데시벨, 비행기소리가 120데시벨이다.

어찌나 소리가 큰 지, 이 악기를 부는 사람조차 귀마개를 할 정도다.

스위스 보청기 제조업체는 “부부젤라 소리로 인해 청각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아공월드컵 경기장 곳곳에서는 부부젤라 소리를 접할 수 있다. 수 천, 수만 개의 부부젤라가 뿜어내는 굉음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지중계에서도 배경음이 된다. 이에 축구팬들은 “양봉장에 있는 것 같다”,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안티부부젤라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인터넷투표에서는 5대 1 정도로 부부젤라를 금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인기 웹툰작가 ‘메가쑈킹’은 ‘부부’+‘젤’에 착안해 “성인용품인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다.

네덜란드 베르트 판마르바이크 감독은 심지어 팀 훈련 때조차 구경하는 사람들이 부부젤라를 부는 것을 금지했다. “전술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 그리스 선수들은 “부부젤라 소리 때문에 제대로 쉴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고, 일본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부부젤라 응원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홈그라운드인 남아공의 주장 아론 모코에나는 “부부젤라는 12번째 선수다. 우리의 무기”라며 반겼다. 멕시코 수비수 카를로스 살시도 역시 “남아공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경기에 집중하면 부부젤라 소리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문화적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우리 꽹과리도 비슷하다. 차이에 대한 관용부족”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FIFA는 “부부젤라는 아프리카의 전통악기다. 사용을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