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웃고 울고 다시 웃고’…한국 16강 쾌거 어떻게 이뤄졌나?

입력 2010-06-23 05: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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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 서울 시청 광장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본선 B조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을 시청하던 시민들이 박주영의 역전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23일 새벽 서울 시청 광장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본선 B조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을 시청하던 시민들이 박주영의 역전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한국의 16강 진출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한국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 베이에서 그리스를 상대로 첫 승을 올리며 16강 진출에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전반 7분 만에 세트피스 상황을 잡은 한국은 기성용(셀틱)의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이정수(가시마)가 쇄도하며 발을 뻗어 골문을 열었다.

이후 강한 압박으로 그리스의 패스 플레이를 저지한 한국은 빠른 역습을 단행해 후반 7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주장 박지성이 상대 수비수를 세 명을 제치고 재치 있는 슈팅으로 멋진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국은 17일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4로 참패했다. 전반 17분 박주영의 자책골로 무너지기 시작한 한국은 곤살로 이과인에게 해트트릭(3골)을 허용하며 아르헨티나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특급 공격수들의 화려한 개인기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녀야 했다. 정성룡(성남)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 많은 실점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이후 걱정된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였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조금도 움츠려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16강 최대 승부처를 나이지리아전으로 잡고 있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운도 따랐다. 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그리스가 나이지리아를 꺾으면서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게 이길 가능성이 낮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이 나이지리아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그리스를 다득점에서 앞서 16강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이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를 가릴 운명의 날인 6월23일. 한국은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2-2로 무승부를 거두고 자력으로 원정 월드컵 16강이란 대업을 달성했다.

전반 12분 칼루 우체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전반 38분 이정수의 헤딩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후반 4분 박주영이 프리킥 역전골을 터뜨렸지만 후반 24분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해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은 1승1무1패(승점 4.골득실 -1)를 기록, 이날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3승.승점 6)가 그리스(1승2패.승점 3)를 꺾어줌에 따라 자력으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조별예선을 2위로 통과한 한국은 16강에서 우루과이와 맞붙게 된다. 전력에서는 한국이 한 수 아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특히 단기 토너먼트 대회인 월드컵에서는 얼마들지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허정무호의 드라마는 현재진행형이다.

더반(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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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영 환상 프리킥 골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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