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이 다가오면 매사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이고, 혹여 불안한 징조가 있다면 이를 타파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
빙가다 감독의 FC서울이 바로 그랬다.
2006시즌 이후 모처럼 찾아온 소중한 찬스. ‘명문 클럽’이란 타이틀에 어울리는 마지막 자격 요건이 ‘우승’이란 점은 자명하기에 서울은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포스코 컵 결승전을 앞두고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 챙겼다.
사실 전북은 껄끄러운 상대였다.
서울은 안양LG 시절부터 24승15무17패로 앞서 있었으나 2009시즌 이후 4차례 대결에서 1승3패로 저조했다. 더욱이 전주에서 골을 넣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내용은 나쁘지 않았는데, 골 결정력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올해 2번 싸워 모두 0-1로 졌다.
아쉽기만 했던 전주 원정의 추억.
서울 구단은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타파하려고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간단하지만 정작 이행하기는 어려운 숙소 교체였다.
경기 전날(24일) 오전 마지막 훈련을 마친 서울 선수단은 구단 버스를 타고 전주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대전의 한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평소 서울은 전북 원정을 올 때면 늘 전주 시내의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비록 전주-대전은 차량 편으로 한 시간 남짓 불과한 거리지만 필드를 누빌 선수들의 입장에선 자칫 컨디션이 흐트러질 수 있을 법한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서울 코칭스태프가 상의 끝에 직접 결정했다는 후문.
서울 관계자는 “만반의 대비를 했다. 모든 변수를 생각했고, 선수들도 피곤함을 호소하지 않았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했고, 빙가다 감독도 “징크스 차원은 아니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장 옳은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