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기자의 베이스블로그] MVP는 실력따라?…찍는 맘에 달렸죠!

입력 2010-08-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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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기자, 내 하나만 물읍시다. 골든글러브 유격수 누구 찍었소?” “강정호(넥센) 찍었는데요.” “내가 현장에서 봤는데 도저히 납득이 안 가더라고. 어떻게 강정호가 못 받을 수 있지. 기자 분들이 투표권자이니까 한번 물읍시다. 골든글러브 투표 기준이 뭐요?” “손시헌(두산)도 잘했잖아요. 팀 성적도 좋았고 성격이 싹싹해서 미디어의 인기도 좋다던데요.” “그러면 그게 인기투표지, 골든글러브를 그렇게 뽑아도 되나요?”

# 올 초쯤으로 기억되는데요, 어느 구단 코치와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전 경기 출장에 136안타 23홈런 81타점의 강정호가, 119안타 11홈런 59타점의 손시헌보다 숫자에서 앞서는데도 수상을 못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주장의 요체입니다. 강정호를 찍어선지 저 역시 그의 의견에 공감하는 편이지만 역으로 ‘숫자로 상을 주려면 뭐 하러 투표는 하나?’라는 반론도 가능하겠죠. 메이저리그에서도 ‘명예의 전당’과 MVP, 사이영상 투표 때 자주 논란이 발생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터입니다. 인간이 하는 투표인지라 ‘정서’라고 하는 비합리가 개입되죠. 비합리는 적잖은 허점과 비판의 여지를 노출하지만 매력적이죠. 인간적이니까요.

# 투표를 하는 인간의 심리는 다양합니다. ‘단 한 표가 나와도 이 사람을 찍겠다’는 충성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이 사람만은 안 되게 하겠다’는 전략적 투표방식이 있죠. ‘내 표를 사표(死票)로 만들 수 없다’는 대세추종형 투표 방식도 있겠죠. 여기서 ‘대세’는 미디어와 대중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데 올 시즌 프로야구로 국한하면 롯데 이대호와 한화 류현진이겠죠. ‘당신이라면 MVP로 누굴 찍겠나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공개석상에서는 데이터가 어쩌고 7관왕이 어쩌고 퀄리티스타트가 어쩌고 논리를 들이밀겠죠. 그러나 실제 투표지를 손에 쥐면 이유가 그렇게 간결하게 떨어지지 않는 법입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손이 가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하죠. 그냥 이대호가 선해 보여서, 류현진이 귀엽게 생겨서 등등, 이런 이유로 찍어도 1표는 1표인 것입니다. 이 말을 확대하면 롯데가 좋아서, 한화가 좋아서도 충분히 가능하겠죠. 그러니까 MVP 투표는 이대호 대 류현진이자 롯데 대 한화의 대결이기도 한 겁니다. 특히 지금처럼 누가 돼도 명분을 갖춘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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