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극과 극 마운드 왜?] 韓 선발의 무덤 vs 美 선발 전성시대

한국과 미국의 포스트시즌은 말 그대로 극과 극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필라델피아 로이 할러데이의 노히트 노런 등 에이스들의 역투쇼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배영수, 히메네스를 제외하면 플레이오프에서 5이닝 이상을 던진 선발투수가 단 한명도 없다. [스포츠동아 DB]

할러데이 노히트노런·린스컴 ‘삼진 쇼’
ML은 특급 에이스 갖춘 팀들 PS 올라

배영수·히메네스만 PO 5이닝 이상 던져
상대선발 철저히 분석 초반공략에 성공
삼성-두산 초특급 선발 없는 것도 한몫

에이스들의 원맨쇼가 펼쳐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의 무덤 그리고 치열한 불펜싸움의 한국프로야구.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국과 미국의 포스트시즌이 멀고 먼 거리처럼 전혀 다른 양상으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두산과 삼성이 최종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간 플레이오프(PO)는 말 그대로 불펜야구다. 1∼4차전 동안 두산은 경기당 평균 8.3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삼성 역시 6.5명이 이어 던졌다. 양 팀의 PO 엔트리에서 투수가 모두 11명씩인 점을 고려하면 거의 매 경기 마운드를 총동원하는 혈전이었다.

단기전의 특성상 양 팀 모두 투수를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지만 선발투수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까닭에 더 많은 투수가 가동되고 있다. 1∼4차전에서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을 책임진 경우는 8일 2차전에서 7이닝을 소화한 두산 히메네스와 5이닝을 던진 배영수가 유일하다. 10일 3차전에선 삼성 장원삼이 단 2이닝, 두산 김선우가 1.1이닝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도 선발투수가 일찍 강판되는 양상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올 포스트시즌 9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발승은 2번(준 PO 5차전 김선우, PO 2차전 히메네스) 뿐이다.

포스트시즌이 유독 투수들의 인해전술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A팀 전력분석원은 “상대 예상 선발을 더 철저히 분석하고 경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초반 공략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두산이 준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고 올라와 투수들이 지친 점, 삼성이 시즌 종료 후 PO를 기다리며 실전을 치르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한 두산과 삼성 모두 류현진, 김광현처럼 압도적 구위를 갖고 있는 국가대표급 선발투수가 없다는 점도 치열한 접전의 배경이 된다.

메이저리그는 리그별로 각각 4팀이 동시에 디비전 시리즈에 돌입했다. 그리고 대부분 특급 선발투수를 갖춘 팀들이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랐다. 필라델피아는 월드시리즈 우승 탈환을 위해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로이 할러데이의 메이저리그 역대 2번째 포스트시즌 노히트노런, 콜 해멀스의 완봉에 힘입어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할러데이는 그동안 약팀 토론토에서 뛰는 바람에 가을야구 경험이 없었지만 7일(한국시간) 신시내티를 상대한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9이닝 동안 볼넷 1개만 허용하고 삼진 8개를 곁들이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2008 월드시리즈 MVP였던 해멀스도 11일 3차전에서 볼넷 없이 5안타 9탈삼진의 완봉 역투로 팀을 리그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도 영건 팀 린스컴의 삼진쇼로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하고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린스컴은 8일 애틀랜타전에서 9이닝 동안 볼넷 1개, 안타 2개만 내주고 무려 14개의 삼진으로 1-0 승리를 거두며 투수전의 백미를 보여줬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