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인터뷰 선동열 “김성근 감독께 할 말 있다”

입력 2010-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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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내내 공언했던, 정말 2등에만 만족하는 한국시리즈였다. 삼성 선동열 감독이 SK에 4연패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뭔가 꼬인 듯 풀리지 않았던 한국시리즈, 그래서인지 무기력한 표정이다. 대구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성급한 투수교체에 황당한 번트작전
찬스 마다 찬물…전력 전반 한계 노출
선수들도 “우리가 못해서 졌다”한탄
KS 일장추몽(一場秋夢)|삼성 무기력한 완패 왜?4년 만에 한국시리즈(KS) 패권 탈환을 노렸던 삼성의 2010년 가을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SK와의 한국시리즈는 한마디로 ‘역부족’이었고, ‘일장추몽’(一場秋夢)처럼 전력 전반에 걸쳐 커다란 한계를 노출했다.

피 말리는 접전의 연속이었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 5게임을 버텨내면서 일취월장한 듯했던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SK라는 높디높은 벽에 막혀 완전히 압도당한 형국이었다. “SK가 잘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못해서 졌다”던 한 선수의 탄성도 괜한 소리는 아니다.

KS에서 힘 한번 못쓴 채 4연패로 주저앉은 삼성의 실패는 1·2차전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그 조짐이 엿보였다. 15일 1차전에서 3-2로 역전한 5회 선발 레딩을 조급히 내리고 권혁∼권오준∼오승환∼정현욱을 무더기로 몰아넣었다가 3-5로 재역전당하고, 4-5로 따라붙은 6회 이우선을 밀어넣었다가 치명적인 추가 4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대목은 1차전을 넘어 시리즈의 향방을 SK에 내준 패착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1차전의 무리한 투수기용에 대해선 18일의 3차전을 앞두고까지 “우리 감독 눈에 뭐가 씌인 것 같다”는 수군거림으로 이어졌다. 기선제압에 꼭 필요한 1차전을 어이없이 내준 영향으로 2차전부터 선수단 전반, 특히 타선의 무기력증이 심화됐다.

3차전 역시 아쉬운 작전 하나가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패배의 단초가 됐다. 1-2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 최형우가 우월2루타로 출루한 뒤 5번 박한이에게 번트를 지시했다가 결국 사인 미스로 최형우가 포수 견제에 걸려 아웃된 장면이다. 5번 타순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PO MVP 박한이를 내세워놓고도, 무사 2루서 번트를 대게 한 시도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3회를 비롯한 여러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2-4로 지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말았다.

그러나 삼성은 PO와 KS를 통해 값진 소득도 건졌다. 시즌 내내 세대교체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가운데 이제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마운드에선 장원삼(27)-차우찬(23)의 선발 원투펀치와 필승 마무리 안지만(27), 타선에선 박석민(25)-최형우(27)-채태인(28)의 클린업 트리오와 신예 유격수 김상수(20)-중견수 이영욱(25) 등이 부쩍 성장한 한해였다. 이들에게 올해 포스트시즌은 한 단계 성장을 위한 도약대였다.


● 패장 선동열 “SK야구는 도대체 알수가 없어 허!허!”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우리 젊은 타자들이 SK투수 공략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고. 나 역시도 단기전에 대해 큰 공부가 됐고. 팀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수들에게는) 고생 했다고 하고, 그대로 해주자고(되갚아주자고) 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1차전 승기가 왔을 때 못 지킨 게 아쉽습니다.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르고 처음부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1차전 끝나고 어렵겠구나. 왼손 불펜 하나 있는데 권혁 선수가 안 되다 보니까. (SK에 대한 평) 강하네요. SK는 선발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이건 어떤 식의 야구인지 알 수가 없어요. 졌는데 할말이 있겠어요. 김성근 감독님께 축하한다고 꼭 전해주십시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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