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통증 없는 투구폼 열공”

입력 2010-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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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했던 임태훈은 광저우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통쾌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면서 새 각오를 다지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허리통증 견디며 지난 시즌 선발 투혼
광저우AG도 막차 합류 금메달 恨 풀어
“이젠 나와의 싸움 …새 투구폼 연마중”
“그냥….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게 좋은데요.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겁니다(웃음).”

두산 임태훈(22)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쓴 선수 중 한 명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뽑혔지만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부진해 KIA 윤석민과 교체됐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준우승에 머물러 병역혜택을 받지 못했다. 2010년 역시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빠졌다가 안면마비증세를 보인 SK 김광현의 대체선수로 마지막 광저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돌고 돌아 참 어렵게 목에 건 금메달. 하지만 임태훈은 “내 실력으로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어 기쁠 따름”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임태훈의 2010시즌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이재우가 팔꿈치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진에 급히 수혈돼 130.2이닝을 던졌다. 성적은 9승11패·1홀드·1세이브·방어율 5.30. 기록만 두고 봤을 때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캠프 때부터 괴롭혀온 허리통증을 참아내며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특히 포스트시즌, 그의 모자챙에는 ‘허리야 버텨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기고 싶다는 절실함이 묻어난 이 글귀는 많은 야구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임태훈은 “사실 내가 투구하면서 모자를 자주 썼다 벗었다 하니까 ‘허리가 버텨주겠지’라는 자기최면을 걸기 위해 나 보려고 쓴 글이다. 그게 알려져서 오히려 쑥스럽다”고 했지만, 남모를 투혼은 결과적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워낙 기대하지 못한 큰 선물이다 보니 “좋다”는 표현조차 조심스러운, 얼떨떨한 기분이다.

임태훈은 여전히 허리가 좋지 않다. 아시안게임 직후 바로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고 있는 마무리훈련에 합류해 체력적으로도 힘겹다. 그래도 “투수에게 있어 허리통증은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 같은 것이다. 겨울 동안 어떻게 하면 허리가 안 아프게 던질 수 있는지 투구폼을 연구하고 좀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병역혜택을 받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년 시즌에 어떻게 하느냐다. 그리고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입단 첫 해(2007년)부터 신인왕을 차지하며 팀의 핵심투수로 자리매김했지만 임태훈의 야구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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