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두산·삼성·롯데 전용훈련장 통큰 투자 ‘대박’

입력 2010-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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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함평 2군전용훈련장 건립으로 본 구단별 실태
베어스필드 두산 ‘화수분 야구’ 밑거름

LG ‘구리 챔피언스클럽’ 숙소 등 미흡
훈련장 이전 추진 이천 건대구장과 협상

SK는 건설 추진…한화 계획 지지부진
KIA가 전남 함평에 전용 훈련장을 짓고 있다. 10월 초에 착공해 벌써 2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내년 5월말 완공 목표다. 함평 전용 훈련장은 총 7만9339m²(2만4000평) 규모로 2군과 3군의 육성을 위해 주 경기장 1면과 내야 훈련장, 실내훈련장을 갖추게 된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의 숙도동도 함께 짓는다. KIA는 광주 새 야구장 건설과 더불어 전용 훈련장까지 마련함으로써 진정한 프로구단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전용훈련장의 필요성과 타 구단의 실태를 살펴본다.


○2군 전용훈련장은 화수분 야구의 산실

두산은 국내 프로야구단 중 최초로 2군 전용훈련장을 만든 주인공.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1월 26일 이천 OB 맥주공장 내에 전용훈련장을 만들면서 사실상 2군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1998년 두산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계속 이곳에서 훈련하다 2005년 12월 현 위치에 현대식 이천 베어스필드를 완공해 준공식을 했다.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두산은 2000년대 후반 이른바 ‘화수분 야구’로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다. 2군에서 끊임없이 젊은 선수들이 1군에 공급됐고, 그들이 곧바로 1군 핵심 전력으로 발돋움했다. 김현수 고영민 채상병(현 삼성) 최승환 김재호 오재원 등이 대표적이다. 선수단 내 치열한 경쟁의식이 형성돼 스스로 훈련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이 고무적이다.

그 이전에 1996년 개장한 삼성의 경산볼파크는 오늘날의 각 구단 전용훈련장의 모델이 됐다. 1987년 준공한 경산 야구장을 현대화한 경산볼파크는 선수단 숙소와 주 경기장, 보조 훈련장, 실내훈련장, 웨이트트레이닝실, 샤워실, 휴게실, 구단사무실 등을 한 곳에 갖췄고, 2군 선수들은 경산볼파크 내에서만 자고, 먹고, 훈련하고,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1997년 이후 한 차례(2009년)를 제외하고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00년대 들어 암흑기에 빠져든 롯데도 2007년 10월 김해시 상동면에 상동 야구장을 개장한 뒤 곧바로 효과를 보고 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연속 가을잔치에 참가하며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투수 이재곤 김수완 허준혁 배장호, 포수 장성우, 야수 김민성(현 넥센) 박종윤 문규현 박정준 전준우 등이 상동구장을 개장한 뒤 지속적으로 1군에 수혈된 젊은피로 작용해 전력이 상승했다.


○LG도 전용훈련장 이전 작업

LG는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뒤 전용훈련장인 구리 챔피언스클럽을 만들었다. 당초 이곳은 프로축구단 럭키금성(현 FC서울)의 전용 훈련장이었지만 2개면을 야구장으로 개조했다. 당시만 해도 LG의 구리 챔피언스클럽은 전용 훈련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의 ‘원스톱 전용 훈련장’과는 거리가 있다. 현 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건물 하나도 구단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야구장만 덩그러니 있다. 결국 LG는 구리 시내에 있는 숙소와 훈련장을 차량으로 오가고 있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15분 거리의 챔피언스클럽으로 이동해 훈련한 뒤 점심식사를 위해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가야한다. 그리고 또 오후와 야간 훈련, 식사를 위해 오가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장도 숙소에 있다. 아침 산책부터 야간훈련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른 전용훈련장과는 달리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다.

주변 환경도 선수 양성소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경산볼파크, 이천베어스필드, 상동야구장은 주변에 나가 봤자 산과 들판뿐이다. 시내까지 차를 타고 20∼30분 이상 가야하기 때문에 딴 마음을 먹지 못한다. 야간에도 다른 선수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스스로 훈련하는 분위기가 정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LG의 구리 숙소는 유흥가와 인접해 있고, 서울과도 지근거리다. LG가 2군에서 올라오는 새로운 전력이 드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LG는 현재 새로운 전용 훈련장을 물색하고 있다. 부지 확보를 위해 최근 이천의 건국대 야구장과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은?

LG는 어쨌든 구단 소유의 전용훈련장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현재 넥센 SK 한화 3팀만 구단 소유의 전용훈련장이 없다. 넥센은 개인소유인 강진베이스볼파크(전남)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서울의 1군과 거리가 너무 멀다. 1군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다 갑자기 부상을 당하기라도 하면 시간적으로 2군에서 불러올려 엔트리를 보충하기 어려운 구조다. 숙소 등 열악한 시설도 프로구단의 훈련장과는 거리가 있다.

SK는 창단 후 인하대 옆 (주)SK 저유소에 최신식 선수단 숙소와 훈련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2006년 저유소 부지를 매각한 뒤 2군선수들은 전용훈련장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임시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인천 도원구장도 허물어졌고, 인천시 소유의 송도 야구장도 올 여름 태풍으로 파손됐다. 최근 SK 텔레콤의 지원으로 강화도 쪽에 전용훈련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8개구단 중 가장 열악한 훈련환경에 놓인 팀은 한화다. 대전에 ‘일승관’이라는 실내체육관이 있지만 웨이트트레이닝과 몸만 풀 수 있는 공간. 군부대인 계룡대까지 가서 훈련을 해야하는 처지다. 훈련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식사마저 여의치 않다. 한화는 2008년 대덕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신탄진 부근에 전용훈련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진척이 없다. 한화의 2군선수 육성이 가장 더딘 이유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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