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오릭스는 왜 박찬호를 영입했나] 실력 되지, 마케팅 되지…1년 34억 통큰 투자

입력 2010-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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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선수. 스포츠동아DB

연고지 오사카·고베 재일교포들 많아
이승엽과 티켓파워…한국팬 흡수 기대
ML124승 커리어 전력강화 목적 분명
오릭스 버펄로스의 모기업은 금융회사다. 금융회사는 체질상, 자금은 풍부해도 투자는 합리적이다. 소위 ‘지르는 짓’은 체질에 안 맞는다.

이런 오릭스가 이승엽(34)에 이어 20일 박찬호(37)까지 영입했다. 이승엽에게는 예상을 뛰어넘는 다년계약(2년 총액 4억엔)을 약속했고, 박찬호에게는 미국구단들조차 생각할 수 없는 호조건을 걸어 영입에 성공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선행투자라 볼 수 있는데 마케팅과 전력, 양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이승엽에 박찬호를 패키지로 묶으면서 티켓 파워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게 됐다. 오릭스는 오사카와 고베를 연고로 삼는데 재일교포가 두껍게 분포하고 있다. 가뜩이나 같은 연고의 한신에 인기에서 밀리는 오릭스로서는 이 팬들을 흡수해 마케팅의 양적, 질적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오사카와 한국이 가깝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팬 대상 직접 마케팅으로 연계할 수 있다. 벌써 오릭스는 박찬호 등장 콜을 개발해놨고, 이것을 휴대전화 전용 사이트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여기에 중계권이 있다. 일본은 구조적으로 구단이 중계권을 갖게 돼 있다. 박찬호와 이승엽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면 매력적 콘텐츠다. 한국 스포츠 케이블 채널들의 관심이 갈수록 시들해졌지만 ‘이승엽+박찬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 요미우리도 이승엽 중계권을 팔아서 최고연봉의 상당액을 벌충했다. 라미레스가 연봉협상 당시 “왜 나는 이승엽 만큼 안주냐?”고 했을 때 구단에서 “이승엽 만큼 벌어 주냐?”고 반문한 일화도 있었다.

또 하나의 무형적 요소가 한국내 홍보다. 오릭스가 한국 투타의 상징적 스타들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로 모그룹의 한국 시장 개척에 도움을 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오릭스 버펄로스의 모기업인 오릭스 주식회사는 자산규모 109조 원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부동산도 취급하는데 9월에는 푸른2저축은행과 계약하고 한국시장 진출을 눈앞에 둔 상태다. 이승엽, 박찬호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 국민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전력강화 목적도 분명하다. 오릭스는 2009시즌 5위였지만 1위 소프트뱅크에 불과 4.5경기밖에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박찬호와 이승엽이 가세함으로써 투타의 동반 상승이 이뤄졌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는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호화 커리어다.

오릭스 구단은 20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이승엽, 박찬호는 한국의 투타 넘버원 선수 아닌가? 오릭스가 우승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전력이라고 판단했다. 박찬호의 경우, 용병 선발투수를 리스트업 할 때 이름을 올렸고 접촉을 한 것은 최근이다.

빠르게 계약이 진행됐다. 선발로 던질 수 있는 좋은 투수이고, 구단 입장에서 몇 승을 바라는 것보다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힘을 내주길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요미우리와 달리 오릭스는 한번 뽑은 용병을 믿고 가는 편이라 선수 입장에선 최적구도다. 실제 터피 로즈, 알렉스 카브레라 등 이곳에서 부활한 용병들이 적지 않았다. 박찬호는 가네코 치히로(올 시즌 17승)와 원투펀치를 이룰 제2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찬호를 향한 일본야구의 구애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코하마에서 비밀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일본내에서 돌았다. 또 일본 관계자는 “박찬호의 장인이 3년 전부터 일본에서 뛰는 것을 권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오릭스의 홈 고베는 일본에서도 국제도시로서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데 이런 요소도 오릭스가 박찬호를 흡입할 수 있는 요소였다. 오릭스 구단은 20일 공식 홈페이지에 박찬호 영입 사실을 알린 뒤 박찬호가 미국에서 17년간 거둔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성적표를 일목요연하게 게재하는 예우를 보였다.

오릭스의 홍보팀에는 한국어에 능통한 직원까지 있다. 닛칸스포츠 인터넷판이 톱기사로 소식을 타전하는 등 일본 언론도 일제히 긴급 보도를 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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