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현역…전주원 “욕심? 딸 입학식 참석”

입력 2011-0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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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원. 스포츠동아DB

우리나이 마흔, 실력은 세월 비켜가
경기당 평균 22분만 뛰고 도움 2위
“내달 딸 유치원 졸업식도 못가 미안”
결국 상상속의 그 나이가 됐다. 우리 나이로 마흔. 선일여고 졸업 후 최고의 포인트가드가 될 것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성인무대에 뛰어든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세월은 그녀에게 예쁜 딸을 선물로 주었고, 딸 수빈(7)은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농구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전주원(39·안산 신한은행)은 ‘불혹(不惑)’의 한 해를 준비한다.


○‘불혹이라 놀리지만 슬프지는 않아요!’

실업·프로생활을 하면서 벌써 20번째 맞는 새해지만, 2011년을 시작하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후배들이 놀리더라고요. 벌써 마흔이라고. 하지만 슬프지는 않아요. 제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이랄까? 이제 삶에 균형을 좀 잡으려고요.”

세월이 흘러도 탱탱한 피부와 농구실력 2가지 만큼은 그대로다. 우승 뒤풀이에서조차 술 한 잔을 입에 대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 체력 훈련 시 감독의 열외사인을 스스로 거부하는 열정.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한겨울에도 냉탕에 들어가는 독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전주원은 2010∼2011시즌에서 4일까지 경기당 평균 21분55초를 뛰며 어시스트 부문 2위(5.44개)에 올라있다. 어시스트 1위(6.23개) 이미선(삼성생명)의 경기당 평균출전시간(38분51초)을 고려하면, 풀타임 기준으로는 여전히 전주원이 독보적이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무릎 통증만 없다면 체력적으로 2∼3년은 더 뛸 수 있다. 여전히 결정적일 때는 가장 믿는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흔 그리고 학부형, ‘수빈이 입학식은 가고 싶은데….’

하지만 농구코트만을 보고 달리느라 포기한 것도 많았다. 특히 딸 수빈에게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2월이면 수빈이가 유치원 졸업식을 해요. 엄마가 못 간다고 하니, 얼마나 서운해 하던지…. 3월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꼭 가고 싶은데 그 때도 시즌 중이라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이제 수빈이에게도 신경 써야 하는데….” 학부형이 되는 기쁨은 그녀 인생에도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엄마’로서의 욕심은 있을지언정, 선수로서는 불혹의 의미대로 미혹됨이 없다. 개인목표는 잊은 지 오래. 전주원은 “어시스트도 다 후배들이 잘 넣어줘서 그런 것 뿐이죠. 요즘에는 (김)단비(21·신한은행)가 너무 잘 해주지 않나요. 길어야 (선수생활은) 1년이라고 보는데 우승의 짜릿함을 맛보는 것이 생애 마지막 목표”라며 웃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신한은행은 4일까지 12연승을 달리며, 2010∼2011시즌 정규리그 1위(16승2패)에 올라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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