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선동열 전 감독(왼쪽)과 신임 류중일 감독이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며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삼성은 5일 경산 볼파크에서 제13대 류중일 감독의 취임식을 열었다. 필승관 5층의 강당은 취임식에 참석한 구단 임직원과 선수단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례적으로 선동열 전 감독의 이임식까지 겹쳐져 30여명의 취재진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감독 이·취임식은 다행히 별 탈(?) 없이 30여분만에 후딱 끝났다. “7년간 삼성 유니폼을 입는 동안 여러분이 있어 즐겁고 행복했다”는 선 전 감독의 덕담과 “선동열 감독님에게서 많이 배웠기 때문에 (감독직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하겠다”는 류 신임 감독의 배려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선 전 감독이 인사말을 먼저 건넨 뒤 주장 진갑용이 감사패를 전달했고, 선 전 감독은 류 감독을 배려해 먼저 자리를 떴다.
선 전 감독은 퇴장하면서 식장에 서 있던 1·2군 선수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눴다. 모 선수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선 전 감독의 ‘불명예 퇴진’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대신했다. 선 전 감독도 박석민에게는 “(체중) 관리 잘 해라”라고 당부했다. 선 전 감독은 박석민이 체중 때문에 공수에 걸쳐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늘 핀잔을 주곤 했지만 애정이 없으면 관심도 없는 법이다.
선 전 감독과 류 감독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도 동석했다. 분위기는 취임식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7년간 류 감독을 보아오면서 충분히 감독을 이어받아도 되겠다 생각해 추천했다”는 선 전 감독이나 “선 감독님이 6년간 쌓아놓은 틀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전력을) 보완하겠다”는 류 감독이나 모두 담담하고 깔끔하게 야구계 선·후배의 인간적 도리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삼성이 ‘연출한’ 이날의 ‘완벽한 이벤트’는 개운치 않은 뒷맛마저 지우지는 못했다. 떠나는 사람과 새로 오는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모른다. 삼성 역시 지난달 초 김응룡 전 사장과 김인 신임 사장의 이·취임식을 시차를 두고 치른 바 있다. 떠나는 사람의 의사를 존중한 덕분일 것이다.
‘구단 운영위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직함을 단 선 전 감독이 앞으로 대구구장에 올 일이 있을 때는 또 어떤 촌극이 벌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경산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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