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도하 리포트] 투혼의 한국, ‘왕의 귀환’ 위해 한고비만 더…

입력 2011-01-2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가는곳 마다 외국취재진 부러운 시선
“체력 이상무” 이영표 말에 어깨 으쓱
한 고비를 넘겼지만 또 큰 산이 나타났다.

이란을 꺾었지만 이번에는 일본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무너질 바에는 차라리 8강에서 탈락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일본이란 존재는 한국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솔직히 이번처럼 사적인 감정을 가득 담아 ‘대∼한민국’을 응원해본 적은 없었다. 사견을 버리고 본업에 충실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국이 이기면 행복했다.

조별리그를 끝내고 8강전을 기다리는 동안, 별의별 생각을 했다. 누적된 피로와 취재에 대한 압박과 부담에 ‘이제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도 한 때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결과적으로 일찍 갈 수는 없었다. 한국 축구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다.

용케 태극전사들은 크게 다친 곳 없이 잘 버텨주고 있다.

이란전 직후 믹스트존에서 이영표(알 힐랄)가 던진 한 마디가 생생하다.

“우린 학창시절, 한 달 전지훈련을 떠나면 30경기 가까이 연습게임을 했어도 끄떡없었다. 목표가 코앞인데 어떻게 피곤하다고 호소하겠느냐.”

자랑스러운 느낌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요즘 도하 시내의 아시안 컵 메인미디어센터(MMC)를 가면 뿌듯한 감정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도하에 막 도착했을 때, 미디어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외국 기자들은 대개 “한국인이냐”는 말보다는 “재팬? 차이나?”라고 물었다. “코리아”라는 대답에 “사우스, 노스?”라고 되묻는 그들이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2차전 이후부터 이런 질문이 줄어들었다. 중국이 탈락한 뒤‘차이나’란 말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는다. 각국 취재진으로 빼곡했던 MMC에도 이젠 빈 자리가 훨씬 많아졌다. 떠나가는 자와 남는 자의 운명이 극명히 갈리는 곳이다.

어차피 다가올 주말에는 집에 갈 수 있다. 아무리 힘겨워도 딱 일주일이다. 지금껏 잘해왔는데, 한 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보고 싶지 않다. 한국 축구에는 ‘기적의 땅’ 도하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