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선수들의 이적료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관계자들은 선수 이적료의 기준점이 되는 이적계수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FA)선수 자격을 얻어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수원으로 팀을 옮긴 정성룡.스포츠동아DB
정성룡 이적료만 30억원 훌쩍… K리그 ‘FA 이적료’ 적정한가… 20명에 물어봤더니…
선수 능력만큼 계산안돼…이적계수 문제 … 수당 포함 원소속 차기연봉도 실체 없다높으면 안사면 돼…시장논리에 맞겨야 …선수 이적료로 재정확보 시민구단 합세
올 겨울 이적시장 최대 관심사는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골키퍼 정성룡(26)의 몸값이었다.
골키퍼 보강이 시급한 몇몇 팀 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구단 관계자나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이적료가 30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실제 금액도 큰 차이가 없었다.
수원 삼성은 정성룡을 영입하며 성남 일화에 현금 20억원을 지불하고 골키퍼 하강진을 내줬다.정성룡은 한 예에 불과하다. 선수들의 이적료가 K리그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과연 FA 선수들의 이적료는 적절한 수준인지 스포츠동아가 축구인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명단에 기업구단과 시민구단 사·단장, 감독을 골고루 포함시켰고 주요 에이전트의 말을 참조했다. 익명을 보장한 조사였다.
결과는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1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합당하다는 주장은 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4명은 대답을 보류했다.
A 감독은 “선수 능력만큼 정확하게 계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구단이 수익이 안 나니 비싸게만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B에이전트 역시 “팔 때는 좋겠지만 결국 살 때 비싼 값을 치르는 거니 문제가 있다”고 동조했다.
이적계수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따지는 목소리도 있었다. C 단장은 “이적계수 산출 항목 중 원 소속 구단이 제시한 차기 연봉은 전혀 실체가 없는 금액이다. 연봉도 공통계약서에 의한 기본 연봉만 포함돼야 하는데 수당까지 몽땅 들어가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연령별 계수도 더 단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 단장은 “이번에 들어보니 이적계수대로만 따지면 정성룡 이적료가 34억원이라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합당하다는 쪽은 시장 논리를 내세웠다.
E 사장은 “ 해당 선수를 원하는 구단이 이적료를 지불하는 건데 금액이 높다고 생각하면 안 사면 되는 것이다. 선수들의 몸값을 말하려면 일단 거품이 낀 높은 연봉부터 개혁해야지 이적료 합당성 여부를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잘라 말했다. F 사장 역시 “적절한 수준이니 지금까지 유지돼 온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적인 논리가 작용한다는 의견도 참고할 만하다. C 단장은 “이사회에서 바꾸고 싶어도 시민구단들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프로연맹 관계자 역시 “이 문제는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기업구단 측이 이적계수를 없애거나 금액을 낮추는 쪽으로 조정하려 해도 선수를 키워서 비싼 값에 팔아 재정에 보태려는 시민구단 측이 거세게 반대한다는 설명이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