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최고 유망주 김영민 “난 무대체질…관중 꽉 차면 파워UP”

입력 2011-0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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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자른 머리, 여유 있는 미소, 아직 젊은 투수지만 불펜보다 실전 마운드에서 더 공이 빨라지는 무대체질이다. 스포츠동아DB

■ 넥센은 지금…

올시즌 최고 유망주 김영민의 매력…롯데 “마!”소리에도 주눅들지 않죠
2011넥센 스프링캠프의 최고 유망주는 단연 김영민(24)이다.

14일(한국시간) 자체 청백전에서는 최고구속 150km를 찍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캠프 내내 말을 아끼는 김시진(53) 감독조차 “지난 시즌 김영민의 부상 때문에 10승을 잃었다”고 할 만큼 신뢰가 두텁다.

김영민의 매력은 단순히 스피드건에 찍히는 것만이 아니다. 거침없는 솔직함은 꼭 그의 돌직구 같다. 넥센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하루 빨리 만원 관중 앞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김영민을 만났다.


● ‘와일드 씽이라 불러주세요’

김영민은 최근 영화 메이저리그에 심취해 있다. “이미 한국에서 올 때 노트북에 다운로드를 받아왔다. 여기서 메이저리그 1·2를 모두 봤다”고 했다.

특히 그가 몰입하는 배역은‘야생마’릭 본(찰리 쉰)이다. 영화 속에서 본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강속구 투수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터프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부와 명예를 얻으면서 자신의 야성을 잃고, 결국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다. 그러다 본래의 거친 성격을 되찾으며, 구속을 회복하고 야구선수로서도 재기한다.

“빠른 공을 던지는 것부터 성격까지…. 저랑 비슷한 점이 많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 역시 투수는 자기 스타일대로 던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직구투수가 변화구로 장난치면 되겠어요? 구속만 떨어지지요. 저도 제일 자신 있는 무기로 당당하게 승부할 겁니다. 맞으면 맞는 거죠 뭐.”

김영민은 올 시즌 등장음악도 영화속 본의 것과 똑같이 ‘와일드 씽(Wild Thing)’으로 맞출 생각이다. 본이 그랬듯, 노래제목‘와일드 씽’이 자신의 별명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150km의 빠른 공, 야생마 같은 거친 마초기질까지. 2011년 넥센 스프링캠프 최고 유망주 김영민이 정민태 투수 코치 옆에서 투구 훈련을 하고 있다(왼쪽사진). 사진제공 = 넥센




●내 강속구는 단련된 것

“150km 한 번 나오는 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고3때도 기록한 적은 있지만, 저는 그것을 제 구속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최고구속일 뿐이죠. 평균 구속이 150km는 돼야 정말 150km 투수죠. 시즌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자신은 있습니다.”

속사포처럼 쏘는 말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파이어볼러는 아니었다. 덕수정보산업고(현 덕수고)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투수였다. 하지만 무른 그의 어깨는 1년간의 담금질을 통해 강철로 새롭게 거듭났다.

“고등학교에 실내훈련장이 있었어요. 매일 혼자 남아 투구거리(18.44m)의 약 2배쯤 되는 곳에서 공을 던졌지요. 그렇게 조금씩 공이 빨라지니까 신이 나더라고요. 나중에는 축구골대의 양쪽 끝에서 끝까지 던지며 어깨를 더 강하게 단련시켰지요.”

마침내 2학년말부터 특별훈련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고3때부터는 비로소 140km 중후반대의 직구를 던지며, 가능성 있는 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 만원 관중 앞에서 KKK 그린다

사실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50km를 던진 투수는 종종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실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넥센 포수들은 “김영민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불펜에서보다 타자를 상대할 때 공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무대체질.’ 김영민은 “만원 관중 앞이라면, 더 잘 던질 수 있다”며 1군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2007시즌의 한 경기를 떠올렸다.

“사직 롯데전이었는데. 만원 관중이었어요. 견제구를 던졌더니 “마!”소리가 나더라고요. 몸이 떠밀릴 정도로 놀랐죠. 그런데 주눅 들지는 않았어요. 우리 팀 응원하는 소리가 아닌데도 찌릿하더라고요. 다음 타자를 삼진 잡고 내려오는데 온 몸에 전율이 흘렀지요. 지금이야 우리 팬들이 조금 적긴 하지만, 언젠가 목동구장에서도 그런 기분을 한 번 느껴보고 싶습니다.”

영화 메이저리그속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의 클리블랜드는 텅 빈 관중석의 만년 하위권 팀이었다. 하지만 팀의 성공과 함께 팬들의 열기는 점점 고조돼 갔다. ‘무대체질’인 김영민이 영화에 더욱 빠져들었던 이유다. 이제 그는 팬들이 자신의 등장음악 ‘와일드 씽’을 함께 부르며, 뜨겁게 달아오르는 장면을 그려보고 있다.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글·사진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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