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두산 이혜천 “난 일본서 온 용병…팔 빠져라 던져야 해”

입력 2011-0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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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닝 무실점 봤지?”
두산 이혜천은 어느덧 13년차 고참이 됐다. 그러나 “일본 야쿠르트 용병, 신인 투수”라며 국내복귀 첫해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다. 18일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연습경기에서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변함없이 유쾌!당당!…두산 이혜천
밝다. 유쾌하다. 덕분에 두산 이혜천(32)의 주위에는 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각오도 평범하게 말하는 법이 없다.

“나는 일본 야쿠르트 용병, 13년차 신인투수다. 용병인데 팔이 빠져라 던져야하지 않겠냐”는 농담으로 진심을 대신한다.

18일 일본 가고시마현 가모이케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3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은 그를 만났다.

그는 “보여주는 야구는 싫다. 팀이 우승하는데 공헌할 수 있다면 설령 1승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다”며 특유의 야구철학을 쉴 새 없이 늘어놨다.


● 보여주는 야구? 하기 싫다!

이혜천은 지옥에서도 데리고 온다는 좌완파이어볼러다. 제구력이 들쭉날쭉해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이 나의 스타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제구력에 대해 고민을 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랜디 존슨이 던지는 것을 많이 봤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그 투수도 제구는 들쭉날쭉했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난 없는 것을 두고 고민하기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서 내가 할 일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게 2007년 허리디스크 외에 특별히 아프지 않고 13년간 마운드 위에서 볼을 뿌릴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화려한 성적을 낸 것도, 일본 무대에서 방점을 찍고 복귀한 것도 아니지만 “보여주는 야구는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쭉 고수하고 있다.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진다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꾸 뭔가를 하다보면 무리를 하게 되기 마련이죠. 다치지 않고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팀을 위해 뛰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본에서의 우울함? 혼자서 삭였다!

물론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될 때까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 2년 일본 야쿠르트에서의 생활은 매사에 긍정적인 그를 무너뜨렸다.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야했고 실력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말조차 건네지 않는 타지의 냉랭함을 견디기 힘들어 홀로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드러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화가 나도 홀로 술을 마시며 울분을 삭였다. 아무리 주위에 분풀이를 해도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전지훈련지에서 후배들에게 몸관리 방법과 피칭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은 하나다. “네 의지를 믿고 볼을 던져라.”

“저는 한국에서도 그랬어요. 화가 나서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후배들한테도 말해요. ‘남들 눈치 보지 말고 선배들의 조언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진짜 자기 것이 된다’고.”


● 두산에서의 역할? 1승해도 공헌도 큰 선수!

이혜천에게 각오를 물었다.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체력은 타고났고, 웬만해서 잘 아프지도, 잘 다치지도 않기 때문에 부상 걱정도 크게 없다. 유일한 바람이 있다면 팀이 우승하는데 공헌한 선수가 되는 것뿐.

“10승하면 좋죠. 그런데 욕심내지는 않아요. 시즌 1승만 거둬도 팀 우승에 기여한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2001년 우승 때도 9승은 했지만 팔 빠지게 던졌다는 게 더 뿌듯해요.

그게 13년 동안 FA(프리에이전트) 2번한 선수 중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받은 상 하나 없는 이혜천이 야구선수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가모이케(일본 가고시마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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