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 이승엽 “사실 하라감독과 인사하기 싫었다”

입력 2011-02-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릭스에서 친 실전 1호 홈런이 친정팀 요미우리를 상대로 나왔다. 하지만 이승엽은 경기 후 감정을 자제하고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스포츠동아DB

노렸던 직구 쾅!…스윙 완벽했다
요미우리전 홈런? 큰 의미 없어
목표는 30홈런 100타점 1루 사수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실전경기 1호 홈런. 그것도 애증의 전 소속팀 요미우리를 상대로 터졌다. 그러나 어떤 감흥도 애써 얼굴에 담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복수’는 더 냉철했다.

22일 요미우리 캠프지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스타디움에서 열린 연습경기. 잡아당겨 우월 3점홈런, 밀어쳐 좌익선상 2루타를 친 이승엽은 오직 하나, 스윙의 완성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타자처럼 처신했다. 3-3 무승부 직후 한국미디어→일본방송→일본신문 순서로 진행된 인터뷰를 전부 모았다.


-볼카운트 0-3에서 홈런이 나왔다.

“연습경기이니까 벤치에서 치라는 사인이 나왔다. 변화구를 노려볼까 하다가 연습이니까 순간적으로 직구를 노렸는데 노린 볼이 들어왔다. 완벽한 스윙이 된 것은 좋았다. 그러나 (홈런이라고) 기분 좋거나 그런 건 없다. (4번째 타석) 2루타는 배트 끝에 맞아 파울이 될 줄 알았는데. 공이 오면 반응이 오는데 반응이 잘 됐다.”


-오릭스 1호 홈런이다.

“공이 외야로 간 건 긍정적이다. 개막까지 한 달 남았고 개막에 잘 칠 수 있는 과정이다. 홈런에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시즌에서 친 것이 아니기에 개막부터 잘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준비과정이다. (쇼다 코치와 타격폼을 개조한 뒤) 공을 보는 시간은 길어졌다. 0.1초라도 백스윙이 더 간결해졌다.”


-요미우리전 홈런이다.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다. 힘들어 가면 좋은 모습 못 나온다. 연습대로 아무 느낌 없이 원래대로 했다. (직전경기인) 야쿠르트전처럼 똑같이 했다. 요미우리는 역시 좋은 팀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11개 상대 중 하나다. 특별한 마음 없다. 머릿속에 요미우리는 이제 추억의 팀이다.”


-결정적 홈런을 쳤는데 무승부여서 아쉽겠다.

“(오키나와 평가전 4연전 중) 1게임도 못 이겼는데 이겼으면 좋았을 것이다. (1차 미야코지마-2차 오키나와) 2차 캠프가 끝났으니 큰 실망 안 한다. 실전감각이 많이 돌아왔다. (이승엽은 23일 고지로 이동해 3차캠프에 돌입한다. 여기서부터 박찬호와 본격적으로 의기투합한다.)”


-경기 전 요미우리 하라 감독과 만났다.

“사실 인사하기 싫었다. 카메라와 일본 언론이 너무 많아 뒤로 가서 인사하고 싶었는데 여의치가 않았다. 요미우리 5년간 좋은 일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허심탄회하게 ‘고맙고 감사하고 아쉽다’는 얘기들을 하고 싶다. 그러나 야구장이 아닌 데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요미우리에 서운하지 않나?

“그러면 큰 사람이 될 수 없다. 내가 큰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마음을 넓게 먹으려 애쓴다. 나를 버린 팀이라고 더 잘해야 된다고 집착하면 힘이 들어가 실력발휘를 못한다. 평상심, 평정심으로 할 것만 하자고 생각했다.”


-목표는?

“개막전부터 오릭스의 경기가 끝나는 날까지 1루를 지키고 싶다. 30홈런 100타점이다.”


-요미우리와 비교해 오릭스는 어떤가?

“연습량이 요미우리 2배 정도다. 그러나 요미우리에서는 연습을 해도 경기에 못 나갔다. 5회 이후에나 나갔는데 오릭스에서는 처음부터 나가니 심적으로 편하다.”


-몸은 괜찮나?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손가락이 안 아프니까. 예전엔 타구가 먹히면 아팠는데 지금은 먹혀도 안 아프니까 기분 좋다.”

나하(일본 오키나와현)|글·사진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