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노경은이 박경수에게 묻다

입력 2011-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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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경수가 아마 시절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최후의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박경수는 군입대 하기 전에 야구선수로서 확실한 족적을 남기는 것이 목표다. 스포츠동아DB.

 두산 노경은(오른쪽)과 LG 박경수의 꿈나무 시절 사진이다. 사진 제공 | 노경은

Q1.나랑 붙으면 왜 자꾸 실실 웃어?
눈 마주치면 웃음 못참아
이젠 아예 땅만 봐
두산 투수 노경은(27)과 LG 내야수 박경수(27)는 죽마고우다. 초등학교는 달랐지만 리틀야구 대표팀에 뽑히면서 인연을 맺은 뒤 성남중과 성남고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키웠다. 특히 성남고 3학년 때 에이스와 주전 유격수로 팀을 전국 최강으로 이끌면서 프로팀 스카우트의 표적이 됐다.

둘은 2003년 서울의 라이벌 두산과 LG에 나란히 1차지명을 받고 입단했지만 아직 꽃을 활짝 피우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올시즌을 앞둔 이들의 각오는 우정만큼 뜨겁다. 한편 박경수는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삼성 투수 안지만(28)을 지목했다.


○노경은이 박경수에게


경수야, 나다. 경은이. 더운 캠프지에서 고생 많이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깨 다친 건 괜찮은지 모르겠다. 우리도 벌써 9년차인데 아프면 안 되잖아. 그런데 우리 나이가 운동 하는 사람이나 안 하는 사람이나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닌가 싶네.

각자의 위치에서 자리매김하려고 발버둥치는 시기잖아. 너는 어느 정도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군 복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고 있을 텐데 힘내고. 2011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너나 나나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근심 털어내고 우리 한 번 잘 해보자.


○박경수가 노경은에게


스프링캠프 동안 기사를 통해 경은이가 잘 하고 있다는 소식 들었다. 절친한 친구가 잘 하고 있다니 기분이 좋더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났으니 우리 인연도 정말 오래 됐구나. 중·고등학교 시절 우리끼리는 비밀이 없었던 단짝 친구였는데, 요즘엔 서로 바빠 자주 연락도 못했네. 네 말대로 올해는 나뿐만 아니라 너도 중요한 해잖아. 둘 다 잘 돼 웃으면서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 올해는 둘 다 안 다치고 좋은 성적 올리도록 하자. 힘내자, 친구야.-우리가 초등학교 때 주니어대표팀으로 월드시리즈 나갔을 때 기억나? 나는 화곡초 간판, 너는 미성초 간판선수였는데. 하하. 중·고등학교 때 같은 팀 돼서 운동 함께 했을 때가 참 그립다. 그때 진짜 열심히 했는데 그때처럼 우리가 같은 팀에서 야구를 하는 날이 올까?

“하하. 당연히 기억나지. 그때 내가 포수였잖아. 성남중 3학년 때였지? 문체부장관기 우승할 때 주전포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내가 포수로 앉아 우리팀 에이스 경은이 공을 받았던 추억도 떠오른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당연히 마음 맞는 친구와 같은 팀에서 뛰고 싶지. 그렇지만 그런 여건이 되지 못하더라도 서로 도와줄 일 있으면 도와주고, 축하할 일 있으면 축하해주도록 하자.”


-나는 지금도 그때 너희 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도 가끔 보고, 비디오테이프도 1년에 1, 2번씩 보면서 옛날 생각 많이 한다. 너는 그때 생각나? 참! 아버지, 어머니는 잘 계셔? 뵙고 싶다.

“우리 아버지가 대표팀에 갔을 때 찍은 사진 앨범에 잘 간직하고 있다. 중학교 때 내가 너희집에서, 또 경은이가 우리집에서 잔 적도 많았잖아. 그러면서 부모님들끼리도 친해지시고. 우리 부모님은 다 건강하셔. 참, 누나 결혼 축하드리고, 나도 너희 부모님 뵙고 싶다.”


-예전에 곰 당구장 기억나지? 난 참 못 쳤는데 넌 정말 수준급이었지. 이길 수가 없었는데 대체 비결이 뭐야.

“고3 때 3구 기준으로 내가 150, 경은이가 100정도 쳤지? 지금 난 250 정도인데, 넌 요즘 150인가? 하하. 비결은 무슨…. 난 이상하게 그냥 공하고 친한 것 같더라고.”


-고등학교 때 너랑 나랑 조금 주목받은 선수들이었잖아. 너는 최고의 내야자원으로, 나는 투수로. LG에 갈 것이냐, 두산에 갈 것이냐 고민도 많이 했는데. 프로의 세계는 다르더라고. 너는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고교 시절엔 정말 프로에 꼭 가고 싶었지. 그런데 막상 LG에 입단해보니 프로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했어. 각 지역에서 정말 잘 하는 선수들만 모여 있는 곳이 프로잖아.”


-너 나랑 붙으면 왜 자꾸 타석에서 실실 웃어? 공을 못 던지겠잖아. 웃지 마라. 좀.

“하하. 내가 웃고 싶어서 웃는 게 아냐. 단지 타이밍 잡으려고 타석에 서 있다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 그래서 너만 만나면 웃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땅을 고르게 되는 버릇이 생겼어. 하하.”


-올 시즌 생각했던 보직은 뭐고 올해 보완하려고 했던 부분은 뭐야. 목표도 말해줘.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겠지만 올해는 정말 나에게 중요한 해야. 올 시즌이 끝나면 군대에 가야하잖아. 올해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군복무 마치고 나서 돌아오더라도 내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때 기본기부터 중점적으로 점검했어. 타격은 변화구 대처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했고. 개인적인 목표는 전경기에 출장해 130안타 이상을 기록하는 거야.”


-성남고 때 진짜 스파르타식이었잖아. 우리 둘이 매일 훈련 끝나고 개인연습하다가 차 끊겨서 숙소에서 자고 고구마 먹고 버티고 그랬고. 올 시즌도 그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잘 해보자.

“정말 그때 추억이 많았다. 경은이는 그때도 몸 관리가 철저해 나도 옆에서 ‘저렇게 해야겠구나’ 생각했지. 넌 나에게 귀감이 됐어. 우리 서로 비밀 없이 터놓고 대화도 많이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 그래, 네 말처럼 그때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


-나는 결혼 늦게 할 것 같은데 너도 늦게 갈 것 같다. 하하. (전)병두도 늦게 가면 나랑 살기로 했는데 너도 늦게 하면 자주 놀러 와라.

“무슨 소리냐? 병두는 모르겠지만 난 결혼 늦게 할 생각 없다. 하하. 난 군 문제가 걸려 있으니까 결혼이 미뤄지는 것 뿐이야. 군대 갔다 오면 바로 결혼할 거다. 최대한 빨리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책임감 갖고 야구를 하고 싶다.”정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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